佛 재정 불안, 유럽 전역 번지나…유로화 17개월來 최저

입력 2026-10-05 18:30
수정 2026-10-06 01:16
유로화 가치가 1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프랑스 재정 불안의 악영향이 다른 유럽 국가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달러·유로 환율이 장중 유로당 1.1161달러로 하락하며 2025년 5월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 4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낸 유로화는 올해 들어 달러 대비 약 4.8% 약세를 보였다.

핵심 배경은 프랑스발 재정 불안이다. 투자자들은 내년 4월 프랑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현 정부의 재정개혁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야당이 임기 말에 접어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긴축 예산안에 협조할 유인이 크지 않아서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프랑스가 2027년 예산안을 통과시킬지 불확실하며 대통령선거 이후에도 정치적 분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지난주 프랑스 국채 매도세는 더욱 거세졌으며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한때 연 4.9%로 올랐다.

유럽 전역의 정치 리스크가 높아진 점도 한몫했다. 프랑스와 독일에선 포퓰리즘 정당 지지율이 오르며 재정 위험 우려를 더했다. 지난주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추진한 핵심 주택 법안이 부결되며 스페인에서 조기 총선 가능성이 제기된 것도 정치적 불확실성을 키웠다. 유럽의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부담과 최근 달러 강세까지 겹치며 유로화 하락 폭은 더 커졌다.

일각에선 최근 유럽 경제 상황이 2010년대 초반 유럽 재정위기 때와 비슷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시 그리스의 막대한 재정적자 문제가 유럽 전반의 재정위기로 번지며 유로화 가치가 크게 떨어진 것처럼 이번엔 프랑스 재정 문제가 유럽 전반으로 전염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는 유럽 경제 불안이 프랑스에 집중돼 있다고 선을 그었다. 제프리 유 BNY 수석전략가는 “유로화 흐름을 조심스럽게 보고 있지만 2012년과 비교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김미리 기자 miri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