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활용한 해킹 공격이 처음 확인되자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사태의 전모가 파악되지 않은 가운데 공격당한 금융회사와 정보 유출 피해자가 계속 늘고 있어서다. AI가 해킹 도구로 악용되면 해킹범이 밝혀지지 않을 수 있어 AI를 둘러싼 논란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 누가 왜 해킹했나해킹 주체가 누구이고 왜 이런 해킹을 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금융당국과 보안 전문가들은 이번 해킹이 7개 금융회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점 등으로 미뤄 동일인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공격 목표가 모두 업무지원, 그룹웨어 등 외부 시스템이란 점도 핵심 근거다.
공격자는 인터넷주소(IP)를 변경하면서 연쇄 공격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공격자는 한국 미국 일본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 태국 영국 등 8개국 이상의 25개 IP를 이용했다.
해커가 중국 AI 모델인 아르텍스를 사용한 정황을 보면 중국 출신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아르텍스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라는 점에서 확실한 물증이 될 수 없다. (2) 한국만 목표로 공격했나전문가들은 해커가 한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도 공격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해킹에 사용된 웹서버의 접속 경로를 추적한 결과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도 일부 접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한국 외 해외 피해 사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한국 금융회사만 표적으로 했다기보다 보안 체계를 우회할 대상을 찾다보니 한국 금융회사들이 공격 대상에 들어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도 AI 해킹 피해 사례는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앤트로픽은 중국인 해커가 앤트로픽 AI 클로드로 중국 금융회사 등 30곳을 공격한 사례를 적발했다. 올해 2월엔 이탈리아 피데우람은행에서 유명 법률회사 변호사의 목소리를 AI로 합성해 9500만유로를 사기범 계좌로 송금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3) 신한은행 피해가 큰 이유는신한은행 사이트보다 쉽게 뚫을 수 있는 신한은행 대출모집인 시스템이 해킹의 핵심 우회 경로로 쓰였다. 해커는 이 과정에서 AI로 이미 유출된 개인정보를 대입해 대출모집인 시스템을 이용했다. 이른바 ‘크리덴셜 스터핑’이라는 수법이다. 크리덴셜 스터핑으로 로그인에 성공했더라도 고객 정보 접근 권한이 분리됐다면 피해는 소규모에 그친다. 반면 정보 접근 권한이 분리되지 않았다면 대규모 개인정보에 접근하는 게 가능해진다. 현재까지 파악된 유출 피해 6만8000여 건 가운데 신한은행이 차지한 비중(2만5729건)은 37%다. (4) 피해가 왜 계속 늘어나나금융권에서는 AI 기술이 발전해 해킹 탐지가 늦어진 점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한 번에 수천~수만 건의 로그인 시도가 있어야 IP 차단에 나선다. 그러나 이번 공격에선 AI가 한 건에 수십 건의 로그인만 시도해 정상적인 시도로 오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 해킹에 이용한 IP가 확인된 뒤 다른 금융회사들이 뒤늦게 상황 파악에 나서면서 피해 규모 집계가 늦어지고 있다.
지난 1일 한국전력 직원 2만4000여 명의 이름, 전화번호 등이 유출됐고 지난달 27일에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업체 피에프씨테크놀로지스 고객 302명의 정보가 빠져나갔다. 이번 금융권 AI 해킹 사고와의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5) 2차 피해는 없나이번에 유출된 개인정보에는 생년월일, 이름은 물론 개인 대출정보까지 포함됐다. 향후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개인정보 유출이 확인됐다면 사용 중이던 아이디와 비밀번호는 즉시 변경해야 한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