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을 개방해 청년세대의 예식비 부담을 덜어주는 국립고궁박물관의 공공 야외결혼식 지원 사업이 첫 결실을 맺었다.
2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국립고궁박물관은 이날부터 다음 달 8일까지 매주 주말과 공휴일 하루 2회씩 박물관 앞 은행나무 쉼터에서 총 28쌍의 야외결혼식을 진행하는 '고궁박물관에서 결혼해(고결)' 사업을 시작했다.
1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열린 첫 예식의 주인공은 에스토니아 출신 방송인이자 유튜버인 마이(27) 씨 부부였다. 구독자 약 22만 명의 유튜브 채널 '김치귀신 마이'를 운영하는 마이 씨는 지난해 전국춘향선발대회에서 외국인 최초로 '미스 춘향 현(賢)'에 선정됐으며 현재 한복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마이 씨는 "경복궁은 처음 한복을 입어본 장소이자 남편과 첫 데이트를 했던 뜻깊은 공간"이라며 "이방인으로서 한국 문화를 소개해오다 이제는 진짜 가족이 된 기분이며, 내 가족을 소개하는 마음으로 한국을 더 아끼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신랑 역시 "김치를 나보다 잘 먹고 한국어로 나를 이기기도 하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고 화답했다.
궁궐 권역의 화재 예방을 고려해 전통적인 촛불 화촉 점화 대신 양가 어머니가 함께 난에 물을 주는 '합수식'으로 치러졌다. 두 집안이 한 뿌리가 된다는 의미를 담은 축하 난은 과거 한복 행사로 마이 씨와 인연을 맺은 이재명 대통령의 배우자 김혜경 여사가 직접 선물했다.
현장에 참석한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사람의 마음에는 국경이 없다"며 "세상에 하나뿐인 두 사람만의 문화를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축하했고, 타넬 셉 주한 에스토니아 대사는 "에스토니아엔 한국 팬이, 한국엔 에스토니아 팬이 생긴 '윈윈윈'"이라고 축사를 전했다.
이번 가을에는 마이 씨 부부를 비롯해 다문화 가정, 군인·경찰·소방공무원 등 총 28쌍이 백년가약을 맺는다. 내년에는 봄과 가을에 걸쳐 지원 규모를 80쌍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