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분할 7000억만 안 다투는데…최태원은 왜 9440억을 현금화했나

입력 2026-10-02 20:02
수정 2026-10-02 20:19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 지분 9440억원어치를 매각한다.

최 회장 측이 재산분할액 가운데 7000억원은 더 이상 다투지 않고 2440억원에 대해서만 대법원 판단을 받겠다고 한 상황에서, 파기환송심이 산정한 재산분할액 전액을 현금화하는 것이다.

SK㈜는 2일 최 회장이 보유한 SK㈜ 보통주 165만3924주를 11월 2일부터 12월 1일까지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회사는 매각 사유를 ‘보유 주식 매각을 통한 개인 소요 자금 조달’이라고 밝혔다.

매각 주식 가운데 97만2493주는 전략적 투자자를 대상으로 주당 55만9387원에 매각한다. 나머지 68만1341주는 주가수익스와프(PRS) 방식으로 주당 58만7000원에 처분한다. PRS 물량은 한국투자증권이 단독 인수하며 만기는 3년이다.

거래가 완료되면 최 회장의 SK㈜ 보통주 보유 주식은 1297만5472주에서 1132만1548주로 줄어든다. 지분율은 17.8%에서 15.5%로 낮아진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율은 25.2%에서 22.9%로 내려간다.

의결권 기준 최 회장 지분율은 23.9%에서 20.8%로,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율은 33.5%에서 30.5%로 각각 낮아진다. 지분을 상당 부분 처분하지만 최 회장의 최대주주 지위는 유지된다.

관건은 매각 규모다. 서울고법은 지난 7월 최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9440억원의 재산분할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최 회장은 8월 재상고한 뒤 9440억원 가운데 7000억원은 다투지 않고 2440억원에 대해서만 대법원 판단을 받겠다는 취지의 신청서를 냈다.

그런데 이번 매각 규모는 9440억원이다. 대법원 판단에 따라 최종 지급액이 달라질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파기환송심이 산정한 금액 전부를 현금화하는 셈이다.

SK 측은 이번 지분 매각과 재산분할 관련 법적 절차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공시상 매각 목적 역시 재산분할금 지급이 아닌 ‘개인 소요 자금 조달’이다.

다만 매각 규모가 재산분할액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에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 개인 자금 수요에 대비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SK는 대규모 지분 매각 이후에도 최대주주 지위와 회사의 경영 안정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4000억원 규모를 PRS로 처리해 최 회장이 지분 일부를 매각한 이후에도 SK㈜ 주가 변동에 따른 경제적 이해관계를 일정 기간 유지하도록 했다.

이번 거래로 최 회장은 SK㈜ 지분을 줄이면서도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 다만 7000억원만 다투지 않기로 한 상황에서 9440억원 전액을 매각한 구체적인 배경에 대해서는 별도의 설명이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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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