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쟁의 '숨은 승자들'

입력 2026-10-02 17:47
수정 2026-10-14 16:24

인공지능(AI) 열풍이 하드웨어 쇼티지(공급 부족)를 일으키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가 AI 데이터센터 경쟁에 나서자 필요한 핵심 부품과 관련 인프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빅테크가 소프트웨어 중심의 AI 시장을 열었지만, 그 혜택은 쇼티지가 발생한 하드웨어 제조사가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시너지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AI 데이터센터는 2030년 1900여 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300여 개에서 4년 만에 46% 증가하는 것이다. AI 데이터센터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 필요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센터에 필수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붙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대규모 언어모델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가 대표적이다. AI 반도체를 생산할 때 필수적인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데이터센터 서버에 들어가는 고성능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도 마찬가지다.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전력 인프라와 서버의 열을 낮추는 냉각장치 역시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5대 쇼티지 제품’이다.


전문가들은 AI 데이터센터발(發) 쇼티지가 과거 공급 부족 사태와는 다르다고 진단한다. 과거에는 코로나19 팬데믹, 국가 간 분쟁 등의 영향으로 공급이 일시적으로 막혀 쇼티지가 발생했다. 와이어링하네스와 차량용 반도체를 일시적으로 생산하지 못해 자동차 공장이 멈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같은 쇼티지는 공급을 막은 장벽이 해소되면 곧바로 해결됐다.

이에 비해 이번 쇼티지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발생했다. 공급 부족 현상이 해소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들 부품의 공급 부족이 적어도 2028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AI 데이터센터는 2~3년 안에 사라질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10여 년간 산업 변화를 이끌 흐름”이라며 “전력 인프라 공급난 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연/노유정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