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혜 동물병원장 "아픈 도마뱀·햄스터 전국에서 찾아와요"

입력 2026-10-02 17:32
수정 2026-10-06 10:19


“10년 전엔 하루 서너 마리였던 특수동물 환자가 지금은 평일 30마리, 주말엔 50마리가 넘습니다.”

김미혜 에코특수동물병원 원장은 “도마뱀과 앵무새, 햄스터 등을 반려동물로 키우는 사람이 늘면서 진료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부산과 거제, 목포 등 전국에서 보호자들이 반려동물을 데리고 병원을 찾는다고.

처음부터 특수동물을 진료했던 건 아니다. 2009년 병원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주로 개를 치료했다. 전환점은 2011년 찾아온 고슴도치 한 마리였다. 인근 아파트 주민이 키우던 고슴도치가 쳇바퀴를 타다 발톱이 빠졌는데 피가 멎지 않아 급하게 달려왔다.

김 원장은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거절당했다는데 그냥 돌려보낼 수 없었다”고 했다. 이 소식이 특수동물 반려인들 사이에 퍼지면서 기니피그와 토끼, 햄스터 등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2015년께 환자의 절반이던 특수동물 비중은 2020년 이후 80%를 넘어섰다.

김 원장은 최근 특수동물을 키우는 반려인이 늘어난 배경으로 1인 가구 확대와 방송·SNS의 영향을 꼽았다. 산책, 털 관리 부담이 적고 공간도 덜 차지해 개·고양이보다 키우기 쉽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는 설명이다. 또 대형 앵무새·거북이는 평균수명이 60년 이상이기 때문에 대를 이어 키우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김 원장은 “크레스티드 게코 도마뱀을 키우는 연예인이 방송에 출연한 뒤 실제로 도마뱀 키우는 사람이 늘었다”며 “희귀한 동물을 서로 자랑하는 SNS 문화도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의료 기반은 부족하다. 종마다 신체 구조와 질병이 다르지만 수의대 교육은 개·고양이에 집중돼 있어서다. 김 원장은 “특수동물 전문지식을 얻기 위해 미국, 일본 등 해외 논문을 찾아보고 학회를 다니는 등 독학으로 치료·수술법을 익혔다”며 “지식을 아는 것과 실제로 치료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에 경험과 노하우가 중요하다”고 했다.

차로 2~3시간 거리에 있는 지방에선 정기적으로 이 병원을 찾는 반려인도 많다. 특수동물 반려인 커뮤니티에는 “진료는 가까운 데서 받아도 되지만 수술할 거면 에코로 가라”는 추천글이 넘쳐난다. 사정이 딱한 동물을 김 원장이 입양한 사례도 많다.


그는 “안동에서 거식증이 있던 새끼 거북이를 안고 왔던 환자의 경우 주기적으로 치료를 받으러 다닐 환경이 되지 못해 결국 제가 입양하기로 했다”며 “식도삽관 치료를 잘 받았고 마우스 크기만 했던 거북이가 이젠 17㎏ 나갈 정도로 건강하게 잘 컸다”고 했다.

가장 큰 고민은 수의사 채용이다. 별도로 공부해야 한다는 부담에다 특정 종에 대한 선호까지 갈려 인력을 늘리기 쉽지 않다고. 현재 수의사 4명이 진료 중이지만 예약이 차 환자를 받지 못하는 날도 많다. 김 원장은 “예약 없이 찾아오는 환자를 돌려보낼 때가 가장 마음 아프다”며 “목표가 있다면 하루 100마리까지 치료할 수 있는 병원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다”고 말했다.

특수동물을 키우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조언을 해달라고 하자 그는 “충분한 공부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특수동물이 작고 조용하다고 해서 돌보는 일까지 간단한 것은 아니다”는 얘기다. 김 원장은 “반려동물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은 위로와 위안”이라며 “소유하는 물건처럼 접근하지 말고 습성과 사육법을 익혀 끝까지 잘 보살피겠다는 각오로 키웠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