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상수동 홍익대 공대 건물 앞. 침대 4개를 갖춘 헌혈버스가 서 있었지만 30분 동안 헌혈하러 온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현장 관계자는 “연휴를 지나며 혈액이 부족해졌는데 헌혈 참여가 저조하다”고 했다.
헌혈하는 이가 줄어들며 국내 혈액 공급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혈액 보유량이 적정 수준을 밑도는 상황이 계속돼 환자와 보호자가 직접 헌혈자를 구해야 하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
2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헌혈인원은 125만1288명으로 2015년 166만8424명보다 41만7136명(25%) 감소했다. 통계를 집계한 2005년 이후 가장 적다. 헌혈인원은 해당 기간 한 번 이상 헌혈에 참여한 사람을 중복 없이 집계한 인원이다. 헌혈자 1인당 연평균 헌혈 횟수는 1.85회에서 2.27회로 늘었다. 이탈자를 제외한 헌혈자가 더 자주 헌혈해 혈액 공급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헌혈자 감소로 약해진 혈액 공급 기반은 환자와 의료 현장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정 환자에게 직접 헌혈하는 ‘지정헌혈’은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1~9월 지정헌혈은 3만5197건으로 지난해 전체(1만7454건)를 훌쩍 넘어섰다.
보관 기간이 5일가량으로 짧은 혈소판은 공급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백혈병, 조혈모세포이식 환자는 필요한 시기에 혈소판을 공급받지 못하면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정부, 대한적십자사, 지방자치단체는 헌혈자 예우, 군 모집병 가산점, 상품권 지급 등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도 헌혈 참여가 줄어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덕 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환자를 돌보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보호자가 헌혈자까지 구해야 한다면 큰 부담일 것”이라며 “혈액 공급이 어려운 시기에 혜택을 크게 늘리고 격오지 등 공급 취약 지역에 드론으로 혈액을 운반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진영기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