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내려오자 면세점에 내국인 손님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면세업계 속내는 복잡하다. 고환율 때 사들인 재고에서 환차손이 불어나고 있는 데다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 고객에게는 오히려 가격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2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롯데면세점의 내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했다. 명품(27%)과 화장품·향수(63%), 주류(71%) 등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 7월(26%) 8월(43%)에 이어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두 자릿수대 증가율을 보였다. 현대면세점의 지난달 내국인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76% 급증했다. 이 기간 명품 매출이 77% 늘며 전체 매출을 끌어올렸다.
내국인 고객이 면세점에 돌아오고 있는 것은 환율이 하락해 가격 측면에서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3개월 전까지만 해도 주요 명품 가격은 백화점보다 면세점이 높았다. 달러를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이다. 디올 미니 레이디백의 면세점 가격(5500달러)은 전날 환율 기준 747만7250원으로 백화점 정가(약 750만원)보다 낮다. 3개월 전 원·달러 환율(1552.50원) 기준으로는 면세점 가격이 103만원 비쌌지만, 최근 들어 가격 역전 현상이 해소됐다.
면세업계는 환율 하락을 마냥 반길 수 없는 처지다. 면세점은 백화점과 달리 해외 브랜드 본사 등에서 외화 기준으로 상품을 직매입한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400~1500원대일 때 사들인 상품을 환율이 1300원대로 낮아진 상황에서 판매하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서도 환율이 급변동하고 있어 수요 예측과 재고 확보 등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크다”고 했다.
‘큰손’ 외국인 매출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도 걱정거리다. 환율이 하락하자 지난달 면세업계는 기준환율을 기존 달러당 1400원에서 1350원으로 내렸다. 기준환율이란 국내 뷰티 패션 상품 등을 달러로 판매할 때 적용하는 환율이다. 기준환율을 내리면 국내 제품의 달러 표시 가격이 높아져 외국인에게는 가격 부담이 커진다. 전체 면세점 매출에서 외국인 매출 비중이 74.5%에 달하는 만큼 셈법이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면세점은 무리한 가격 경쟁 대신 K뷰티와 K패션 등 상품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최근 명동 본점에 중국 내 인지도가 높은 LF의 캐주얼 브랜드 헤지스 단독 매장을 열었다. 현대면세점은 무역센터점에서 더마 뷰티 브랜드를 모은 K뷰티 편집숍 ‘스킨랩 서울’을 운영하는 등 외국인 관광객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명품을 주로 사는 중국 보따리상(따이궁) 비중이 줄고 개별관광객이 늘어 방한 외국인 1인당 객단가는 낮아지고 있다. 당장 객단가를 높이는 데 집중하기보다 변화한 트렌드에 맞춰 K뷰티 등 상품을 확대하고 경쟁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