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내란이 아니다"라는 언급으로 구설에 오른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을 둘러싸고 여야 충돌이 격화하고 있다. 김 의원이 "오해를 불러 유감"이라며 사과에 나섰지만 더불어민주당에선 "헌법을 정면 부정하고 있다"며 격앙된 반응이 분출하고 있다. 5·18 폄훼 논란 토론회를 열어 제명 촉구 결의안이 통과된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에 이어 국회에서 다시 한번 '극우 논쟁'이 정쟁의 중심에 서는 모양새다.野 김태규 "전두환 내란 아니다"3일 국회에 따르면 운영위원회는 전날 전체 회의를 열고 김 의원에 대한 제명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표결에 참여한 16명 전원이 찬성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불참했다. 제명 촉구안은 선언적 성격이라 법적 구속력이 없다. 차후 본회의에서 가결돼도 김 의원은 제명되지 않지만, 압박 수단으론 활용될 수 있다. 운영위원장인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내란범들을 두둔하는 행태는 국회의원으로서 자격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며 "문책하지 않고 넘어간다면 민주주의를 짓밟으려고 위험천만한 시도를 한 사람들을 단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결의안 상정 단계부터 반발했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사법적 판단이나 다수 의석의 힘으로 헌법 기관인 국회의원 표현의 자유를 강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공방 수위가 격해지자 국민의힘은 고성을 지르며 회의장을 이탈했다. 민주당은 "김 의원은 민주공화국을 부정하는 발언을 했다"며 당 차원에서도 김 의원의 고발을 검토한다고도 밝혔다.
이번 논란은 지난달 30일 김 의원이 출연한 한 유튜브 방송에서 불거졌다. 이곳에서 그는 '어떤 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내란이요, 아니요(라고 물으면 어떻겠느냐)'라는 질의를 받고 "(내란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전두환은 내란이요, 아니요'라는 질문에 "내란 아닙니다"라며 "법원의 판단에 전부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태가 커지자 김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저의 발언이 진의는 그렇지 않더라도, 오해를 초래할 빌미를 제공한 부분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사과했지만 여론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극우 프레임 '자책골' 멈춰야" 앞서 국민의힘에선 이 의원이 논란의 대상에 올랐다. 이 의원은 지난 8월 '민주화운동의 재조명'이라는 포럼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개최했다. 행사에 참여한 인사들은 "5·18 참배를 재검토해야 한다", "광주에서 있었던 열흘간의 '소요 사태'"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소요 사태는 전두환 신군부가 5·18 민주화운동을 칭할 때 썼던 표현이다. 국민의힘은 이후 "당의 공식 입장은 토론회를 연 것이 부적절한 행위였다는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범여권은 "국회를 5·18 폄훼의 장으로 전락시켰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이후 이 의원에 대한 제명 촉구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도 했다.
이 의원에 이어 김 의원까지 민주당 입장에선 '공격 포인트'를 획득한 셈이 됐지만 여당 내에서도 국민의힘의 연이은 구설수를 안타까워하는 의원들이 나타나는 분위기다. 한 수도권 여당 중진은 "민주 진보 진영의 내부 갈등이 심해지는 근본 원인엔 상대방에 대한 긴장감이 사라진 측면도 있다"며 "국민의힘이 헌법에 반하는 '극우 프레임'을 자꾸 스스로 짊어지고 자책골을 넣으니 보수와 진보의 품격 있는 공방이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쪽(국민의힘)은 총선을 앞두고 큰 홍역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구성이 과도하게 지연된 것이 구설 사태를 부추겼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윤리특위는 실제 의원을 징계할 수 있는 기구로, 이곳에서 심사한 징계 내용이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가결되면 실제 효력을 발휘한다. 다만 여야는 22대 국회 후반기에 들어선 현재까지도 윤리특위의 정당별 위원 수 협상을 마치지 못해 기구 구성을 못하고 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