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친구와 한국 여행을 온 20대 중국인 장모 씨는 입국하자마자 가장 먼저 미용실과 메이크업숍, 네일숍을 예약했다. 평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국내 드라마를 보며 한국식 스타일링에 관심을 가졌던 그는 여행 일정 중 하루를 아예 ‘K뷰티 체험’에 할애했다. 자국에서도 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한국에서 받는 것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한 번에 여러 서비스를 예약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장 씨는 “한국에서 유행하는 최신 스타일을 현지 숍에서 직접 경험해보고 싶었다”며 “아침 일찍 머리와 메이크업, 네일을 받고 홍대와 성수동에 있는 화장품 매장도 둘러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피부과·성형외과에 집중됐던 방한 외국인의 뷰티 소비가 두피케어·메이크업·네일 등 미용 서비스 전반으로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관광 트렌드가 단순 명소 관람이나 전통문화 체험을 넘어 현지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직접 경험해보는 일상 체험형으로 진화한 결과다. 네일 거래액 133%↑…넓어지는 외국인 ‘K뷰티 코스’
5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K뷰티 서비스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 전 세계 숙박·교통·액티비티 예약 플랫폼 클룩의 올 1~9월 데이터를 보면 올 1~9월 기준 방한 외국인의 ‘살롱&뷰티’ 상품 페이지 방문율은 전년 동기 대비 45.6% 증가했다. 해당 카테고리에는 두피관리와 메이크업, 네일, 속눈썹 등이 포함돼있다. 에스테틱과 스킨케어 상품을 중심으로 한 ‘스파&마사지’ 카테고리 방문율도 전년보다 40.6% 늘었다.
국적별로는 중국인 관광객의 관심도가 급증했다. 같은 기간 중국인 고객의 K뷰티 상품 페이지 접속률은 전년보다 4배 이상 뛰었다. 유럽 관광객의 접속률도 2배 이상 늘었으며 미국(59.2%), 일본(57.6%) 등이 뒤를 이었다. 아시아권을 넘어 유럽과 미국 등에서도 K뷰티 체험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국내 인바운드 관광 플랫폼 크리에이트립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올해 1~9월 외국인 관광객의 네일 관련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33% 급증했다. 같은 기간 메이크업과 두피 관리 거래액도 각각 약 22%, 11% 늘었다. 특히 네일은 판매 매장 수에 큰 변화가 없었는데도 거래액이 두 배 이상 늘면서 외국인 관광객의 수요 증가가 두드러졌다.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주요 상권의 미용업체들도 이 같은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서울 명동의 한 미용실 직원은 “예전에는 파마나 컷 등 주로 헤어 시술을 받았다면 요즘은 두피케어 등 찾는 서비스가 다양해지고 있다”며 “외국인 고객들은 보통 지나가다 매장에 들르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에는 구글이나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통해 예약하고 오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근처에 있는 속눈썹펌숍 사장도 “20대 젊은 고객이 주를 이루지만 최근에는 모녀 등 가족 단위 손님도 눈에 띄게 늘었다”며 “아시아권은 물론 유럽권 관광객까지 매장을 많이 찾는 추세”라고 말했다.
현지인처럼 꾸미고 즐긴다…저렴한 가격도 한몫
외국인 관광객의 뷰티 소비가 다양해진 근본적인 배경에는 여행 방식의 변화가 있다. 해외여행이 일상화하면서 관광객의 관심도 단순 관람과 쇼핑에서 현지인의 일상을 경험하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용실이나 네일숍처럼 현지인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서비스가 관광객에게는 하나의 체험 콘텐츠가 된 셈이다.
여기에 K뷰티 열풍도 소비 영역을 넓히는 데 영향을 미쳤다. 전 세계 소비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국 연예인들의 헤어와 메이크업 스타일을 실시간으로 접하면서 '한국식 관리'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커졌다. 실제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외국인 신용카드 소비액을 업종별로 분석한 결과 뷰티·웰니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13.9%, 2024년 18.1%, 지난해 21.9%로 매년 확대됐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해외여행 경험이 쌓이면 처음에는 유명 관광지를 찾던 사람들도 점차 현지인처럼 생활해보려는 경향이 강해진다”며 “처음 파리에 가면 에펠탑을 찾지만 두 번째, 세 번째 방문에서는 파리지앵처럼 생활해보고 싶어지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미용·네일 등 서비스업은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이 형성돼 있다는 점도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매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