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 혈맥 뚫자"…경기남부 5조 광역철도 추진

입력 2026-10-01 20:00

인구 420만명인 경기 용인·성남·수원·화성 4개 도시가 5조원대 경기남부광역철도 건설을 위해 공동전선을 꾸렸다. 지방정부와 시민단체는 이 노선을 정부의 제5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반영해 달라고 함께 요구하고 나섰고, 성남시는 철도건설기금을 4000억원까지 늘리며 자체 재원 마련에 착수했다.

이상일 용인특례시장과 신상진 성남시장은 1일 성남 분당구 대장근린공원에서 용인·성남·수원·화성 시민연합회 대표들과 공동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경기남부광역철도를 제5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반영해 달라는 공동건의문에 서명했으며, 건의문은 이달 중 국토교통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경기남부광역철도는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역에서 출발해 수서역과 성남 판교, 용인 신봉·성복동, 수원 광교를 거쳐 화성 봉담까지 잇는 총연장 50.7㎞ 노선이다. 4개 도시에 정거장 22개를 설치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으며, 추정 사업비는 5조2750억원이다.

4개 시가 사업의 핵심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경제성과 교통 수요다. 공동 사전타당성조사 결과 비용 대비 편익(B/C)은 1.2로 분석돼, 경제성 판단 기준인 1을 넘어섰다.

4개 시는 철도가 개통되면 경기남부의 만성적인 도로 교통난도 상당 부분 풀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과 경기남부를 잇는 용인서울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는 출퇴근 시간대마다 상습 정체를 겪고 있는데, 철도가 도로에 몰린 통행 수요를 분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경기남부광역철도 논의는 서울 지하철 3호선 연장의 대안으로 시작됐다. 4개 시는 2023년 9월 기본구상 및 사전타당성조사 용역에 공동 착수했고, 지난해 5월에는 4개 시 시장이 제5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 신규사업 반영을 요구하는 공동건의문에 서명했다.

이번에는 시민사회까지 힘을 보탰다. 지난달 3일 4개 도시 시민단체 대표들이 이 시장을 만나 사업 실현을 위해 지방정부가 적극적으로 공동 대응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이 시장이 신 시장에게 공동 입장 발표를 제안하면서 이날 결의대회가 성사됐다.

4개 시가 내세우는 명분은 교통난 해소에 그치지 않는다. 판교에서 용인·수원·화성으로 이어지는 지역에는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기업과 연구시설이 밀집해 있다. 여기에 용인 반도체 집적지를 비롯한 대규모 첨단산업 투자가 이어지면서 산업 인력과 교통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4개 시는 공동건의문에서 “경기남부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첨단산업 거점이지만 이를 연결하는 광역교통 기반시설은 매우 부족하다”며 “경기남부광역철도를 반도체와 AI 등 미래산업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국가전략 기반시설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방정부 차원의 재원 준비도 시작됐다. 성남시는 경기남부광역철도를 비롯한 철도사업에 대비해 철도건설기금 3000억원을 조성했으며, 민선 9기 4년 동안 1000억원을 추가로 적립해 기금 규모를 4000억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국가철도망에 반영된 뒤 사업이 본격화하면 발생할 지방비 부담에 미리 대비하려는 조치다. 정부에 사업을 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방정부가 자체 재정 기반까지 갖춘다는 점에서 사업 추진력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 시장은 “경기남부광역철도는 용서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에서 허비되는 시민의 시간을 되찾고 대한민국 첨단산업의 혈맥을 뚫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국가적 과제”라며 “420만 시민의 뜻을 모아 국가철도망에 반드시 반영되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4개 도시의 교통 수요가 급증하고 반도체 등 첨단산업 종사자도 크게 늘고 있다”며 “B/C 1.2로 경제성이 확인된 만큼 420만 시민과 함께 경기남부광역철도가 제5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반영되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용인과 성남은 중앙정부 설득에도 공을 들여왔다. 이 시장은 국토부 장·차관 등을 잇달아 만나 사업 필요성을 건의했고, 올해 1월에도 당시 국토부 장관에게 국가철도망 반영을 요청했다. 신 시장 역시 2024년 11월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국토부 방문과 장관 서한 전달 등을 이어왔으며, 지난 8월 전국 시·군·구청장 국정설명회에서는 중앙정부에 사업 반영을 공식 건의했다.

사업의 첫 분수령은 제5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 반영 여부다. 국가철도망에 포함돼야 예비타당성조사 등 본격적인 사업 절차를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420만명의 교통 수요와 B/C 1.2의 경제성, 첨단산업벨트 연결 필요성을 앞세운 경기남부 4개 도시의 정부 설득전도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용인·성남=정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