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보다 뛰어난 퍼포먼스를 가지고 있다." 지난달 17일 서울 마곡 코엑스에서 열린 대형 전기 세단 볼보 ES90 시승 행사 이전에 진행된 시승차 설명 자리에서 경쟁사 모델이 언급됐다. 아우디 A6 e-트론 퍼포먼스, BMW i5eDrive40, i5xDrive40, 벤츠 EQE 350+, 렉서스 ES350e, ES500e 등 동급 다른 수입 전기차 대비 주행 거리와 급속 충전 시간 등에서 뒤처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췄다는 볼보의 자신감이 묻어났다.
이날 시승한 차는 'ES90 트윈모터 AWD 울트라'다. 볼보가 올해 잡은 국내 판매 목표치는 당초 1000대였지만, 사전 계약이 3500대를 넘겼다고 한다. 안전을 핵심으로 여기는 볼보답게, 패밀리카 수요가 많은 40대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했다. 뜨거운 반응에는 유럽 시장 대비 약 5000만원 낮은 수준으로 책정된 가격이 한몫했다. 중국 생산을 통한 원가 경쟁력 확보와,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고려한 볼보의 공격적인 가격 책정 전략이 맞물린 결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날 시승은 서울 강서구 코엑스마곡에서 출발해 경기도 포천의 한 카페까지 고속도로와 국도 등 왕복 120㎞를 달렸다. 세단의 정체성을 지니면서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같은 실용성을 겸비해 조용하면서도 매끄러운 주행 감각이 돋보이는 차라는 평가다.
세단과 SUV의 절묘한 조화...높은 지상고 독특ES90의 크기는 전장 5000㎜, 전폭 1942㎜, 전고 1546㎜다. 휠베이스는 3102㎜다. 눈길을 끄는 것은 최대 188㎜의 최저 지상고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동급 프리미엄 세단 평균보다 약 20%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정통 세단을 떠올린다면, 차를 타고 내릴 때 높은 지상고가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면서도 키가 큰 성인은 허리를 크게 굽히지 않고도 차량에 타고 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외관도 전통적인 3박스 세단 디자인 대신 뒷부분이 날렵하게 떨어지는 패스트백 형태의 리프트백 디자인을 적용했다. 이 덕분에 짐을 많이 실을 수 있고, 내리기도 편하다. 직접 트렁크에 짐을 실어보니 26인치 캐리어 1개, 24인치 캐리어 2개, 20인치 캐리어, 플랫 캐리어, 토트백, 보스턴백까지 들어간다. 골프백은 X 모양으로 겹쳐서 두 개 실을 수 있다. 스칸디나비안 미니멀리즘을 보는 듯한 깔끔한 외관이 특징이다.
패밀리카에서 가장 중요한 2열은 넉넉한 공간을 제공한다. 다만 180㎝가 넘는 성인 남성은 앉았을 때 시트 길이가 다소 짧아서 잘 받쳐주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주행 성능은 매우 탁월하다. 듀얼 챔버 에어서스펜션이 장착돼서인지 노면 충격을 자연스럽게 흡수했다. 시속 100㎞를 넘는 고속 주행에서는 풍절음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2열에서 노트북으로 흔들림 없이 작업할 수 있을 정도로 정숙했다.
핸들링은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주행에서는 전기차다운 시원시원함도 보여줬다. 고속 주행은 안정적이고, 저속 주행은 편안하다. 트윈 모터는 최고출력 456마력, 최대토크 68.4kg·m를 발휘한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4초다. 배터리 용량은 106kWh로 1회 충전에 520㎞를 달린다. 800V 고전압 시스템, 최대 350kW DC 급속 충전으로 10~80%까지 22분 만에 충전된다. 중국 CATL NCM 배터리를 사용한다. 전비는 kWh당 4.4㎞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차를 운전할 때 수시로 사이드 미러를 조정하게 되는데, 별다른 물리 버튼이 없다는 것은 불편하게 느껴진다. 패스트백 스타일의 차체 때문에 룸미러로 확인 가능한 후방 시야가 다소 좁게 느껴지는 것도 아쉽다. 일반 룸미러 대신, 후방 카메라 영상을 바로 보여주는 디지털 룸미러 기능이 있었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S90의 가격은 트윈 모터 기준 플러스가 7960만원, 울트라가 8741만원이다. 울트라에 듀얼 챔버 에어 서스펜션을 추가하면 9041만원이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