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개편 여파로 서울 강남 3구 아파트값이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 초고가 주택 보유세 강화와 양도소득세 부담 확대를 앞두고 매물이 늘며 하락 폭이 커지는 흐름이다. 단기 반등보다는 추가 조정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2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남구 아파트 가격은 지난달 둘째 주 이후 이달 셋째 주(21일 기준)까지 1.7% 하락했다. 7주 연속 내림세다. 지난주 하락률은 0.42%로 3년8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나타냈다. 서초구도 7주째 하락세를 이어가며 1.3% 떨어졌다. 서울 전체 아파트값이 85주째 올라 역대 최장 상승 기록과 같아진 것과 대비된다.
이번 하락 폭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매물이 쏟아진 올봄보다 크다. 당시 강남구 아파트값은 11주 연속 하락하며 1.0% 떨어졌다. 서초구는 9주 동안 0.5%, 송파구는 8주 동안 0.6% 내렸다.
시장에서는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8·3 세제 개편안’에 따라 내년 세 부담 확대가 예고돼 주택을 미리 처분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어서다. 강남구 아파트 매물은 지난달 3일 9453건에서 이날 1만1502건으로 21.6% 늘었다.
실거래가도 하락세를 보인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5차 전용면적 82㎡는 이달 51억원에 거래돼 작년 9월 최고가(63억원)보다 12억원 떨어졌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 전용 107㎡는 이달 매매가격이 46억2000만원으로 작년 10월보다 약 15억원 낮아졌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세제 강화 전 절세 매물이 추가로 나와 강남 집값 조정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포·압구정 집값 수억 뚝뚝…"보유세 강화로 강남 조정 지속"
신반포2차, 두 달 새 10억 하락…재건축 앞둔 현대5차도 12억↓
“지난달 말부터 매물을 내놓겠다는 전화가 하루에도 몇 통씩 와요. 예전에는 집주인이 버텼는데 이번엔 분위기가 다릅니다.”(서울 강남구 대치동 D공인 관계자)
서울 강남권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아파트값은 가파르게 하락하고 거래는 급감했다. 거래량은 강남 3구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지난해 4월 수준으로 줄었다. 과거 종합부동산세율 인상 등 규제로 인한 조정이 20주 넘게 이어진 사례가 있는 만큼 이번 고가주택 세 부담 강화와 금리 인상 등에 따른 조정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다만 반도체 업황 호조와 중저가 지역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면 조정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가격 떨어지고 거래 ‘뚝’2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권에서는 수억원 낮춘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4일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 전용면적 107㎡는 46억2000만원에 거래돼 작년 10월 최고가(61억5000만원)보다 15억원 이상 낮았다. 직전 7월 거래(56억2000만원)보다 10억원 떨어진 수준이다. 인근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는 50억원에 손바뀜하며 4개월 만에 약 5억원 하락했다.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도 49억원으로 지난 2월 최고가(57억5000만원)와 3개월 전(54억5000만원)보다 크게 낮아졌다.
강남구에서는 재건축을 앞둔 압구정동 ‘현대5차’ 전용 82㎡가 1년 반 만에 가장 낮은 51억원에 거래됐다. 작년 9월 최고가(63억원)보다 12억원 낮은 수준이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 역시 작년 11월 38억원에서 최근 30억2000만원으로 하락했다. 압구정동 B공인 관계자는 “올봄보다 더 낮은 급매만 거래되고 있다”며 “매도자와 매수자 간 가격 차이가 커 사실상 거래가 끊겼다”고 전했다.
강남 3구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달 342건으로 7월(607건)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강남 3구 전역에 토지거래허가제가 적용된 지난해 4월(289건) 후 가장 적다. 강남구 거래량도 지난달 91건으로 2022년 12월(40건) 후 최저 수준이다.◇조정 장기화 가능성‘강남 불패’가 통설처럼 여겨지지만 과거에도 강남 집값은 여러 차례 조정을 겪었다. 주간 통계 작성 이전인 2011년 4월부터 2013년 2월까지 23개월 연속 하락했고, 누적 하락폭은 14.8%에 달했다. 당시 유럽 재정위기와 금리 상승 여파로 전국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졌다.
문재인 정부 당시 종부세 강화와 대출 규제로 2018년 10월부터 27주 연속 하락(-4.2%)한 사례도 있다. 2022년 7월부터 2023년 4월까지는 금리가 급등한 영향으로 42주간 하락해 6.8% 떨어졌다.
이번에는 강남과 서초가 7주 연속 하락하며 각각 1.7%, 1.4% 내렸다. 초고가 주택 보유세를 강화하는 ‘8·3 세제 개편안’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내년 보유세 과세 기준일(6월 1일)과 양도소득세 공제 상한 적용을 앞두고 매물을 선제적으로 처분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 강남구가 연 세금 설명회에는 1000여 명이 몰렸다.
전문가들은 강남권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도 조정 폭과 기간에 대해선 엇갈린 의견을 내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호가 하락이 먼저 나타난 단계로, 본격적인 가격 조정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며 “세제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매물이 한 차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황과 중저가 지역 상승세도 변수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내년 초 반도체 기업 성과급이 지급되면 강남으로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와 달리 한 세무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임직원 상당수가 보유세 부담을 이유로 강남 진입을 주저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랩장은 “과거와 달리 외곽 지역이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강남권 조정이 일시적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구은서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