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읽는 '탐욕과 공포'의 온도 [여기는 논설실]

입력 2026-09-08 06:00
수정 2026-09-08 07:00

워런 버핏은 “남들이 탐욕스러울 때 두려워하고, 남들이 두려워할 때 탐욕스러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남들이 얼마나 탐욕스러운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AI가 이 고민을 해결해주고 있다. 수많은 투자자의 대화와 뉴스를 읽어 들여 ‘숫자’를 붙이기 시작했다.

한국경제신문의 AI 투자플랫폼 ‘에픽AI’가 선보인 공포탐욕지수는 이를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지수는 ▲온라인 종목 토론 등 투자자 담론 50% ▲뉴스 25% ▲시장 움직임 25%를 매시간 합산해 산출한다. 과거 3년 평균을 기준으로 현재 심리가 얼마나 공포 또는 탐욕 쪽으로 벗어나 있는지를 수치로 보여준다. 대체로 ▲-1~+1은 중립 ▲+1을 넘으면 탐욕 ▲-1 아래면 공포 영역이다.

‘탐욕이 공포를 이긴 날’. 7일 한국 증시를 요약한 문장이다. 코스피지수는 오픈AI 훈풍에 힘입어 7000선을 턱밑까지 추격하는 급등세를 보였다. 전날보다 4.61% 오른 6995.39에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1% 넘게 상승해 820선으로 올라갔다.

흥미로운 점은 탐욕이 나타난 순서였다. 오전 9시 공포탐욕지수는 +0.34로 중립이었다. 반면 ▲투자자 토론은 +1.85로 ‘뚜렷한 탐욕’을 가리켰다. 반면 뉴스는 -0.40으로 공포 쪽에 가까웠다. 시장은 +0.60이었다. 장 초반에는 주가와 뉴스보다 투자자의 마음이 훨씬 뜨거웠다.

시간이 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오후 1시 지수는 +0.88로 올라섰다. 토론은 +1.42로 여전히 탐욕 영역이다. 뉴스는 +1.38로 급반전했다. 정규장이 끝난 오후 5시에는 종합지수가 +1.27로 ‘뚜렷한 탐욕’ 영역에 들어섰다. 토론 +1.91, 뉴스 +1.62, 시장 +0.98로 세 지표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장 초반 투자자의 언어에서 먼저 나타난 낙관이 실제 주가 상승으로 확인되면서 뉴스까지 뒤따른 모양새다.


증시를 예측하고, 분석하는 방법은 제각각이다. 그중 하나가 시장의 공포와 탐욕을 계량화하는 것이다. 이런 시도는 오래됐다. 미국에는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가 있고 한국에도 코스피200 옵션가격을 이용한 VKOSPI가 있다. 이들은 옵션가격에 내재된 시장의 예상 변동성을 측정하게 한다. 주가의 모멘텀과 변동성, 거래량 등을 조합해 투자심리를 보여주는 민간 공포탐욕지수도 있다.

에픽AI가 산출한 공포탐욕지수는 생성형 AI와 자연어 처리 기술로 수많은 투자자의 말과 뉴스 속 낙관·불안·흥분을 실시간으로 계량화한다. 시장이 사람의 행동을 숫자로 나타냈다면 AI는 그 행동을 만들어내는 감정까지 숫자로 바꾸려고 한다.

공포탐욕지수를 선행지표라고 부르기는 이르다. 이날 장 초반 투자자 심리가 뉴스보다 먼저 낙관 쪽으로 기울었다고 해서 내일의 주가까지 예측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지수는 예언자라기보다 시장의 온도계에 가깝다. 시장 가격과 인간 심리 사이의 간극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에픽AI가 보여주는 숫자는 시장의 얼굴보다 투자자의 얼굴에 가깝다. 7일에는 그 얼굴이 시장보다 먼저 탐욕을 드러냈다. 우연인지 신호인지는 지켜볼 일이다.

이심기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