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예산이 1조달러를 넘는 ‘천조(千兆)국’ 미국이 무기난으로 전쟁을 못 하는 상황이 생겼다. 이란전이 장기화하면서 미군이 역대급 무기 재고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방공망 체계의 핵심인 패트리엇은 절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는 80% 재고가 소진됐다고 한다.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역시 절반으로,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는 사실상 바닥났다는 것이다. 미군의 대표적인 초격차 장거리 정밀 무기들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을 경제 제재의 ‘로키(low key)’로 전환하겠다고 한 것도 이런 심각한 무기난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무기 재고 고갈이 구조적이라는 것이다. 냉전 종식 후 국방비 감축의 이른바 ‘평화배당’ 시기에 미국의 방산 업체는 강제 통폐합으로 51개에서 5개로 줄었다. 이 과정에서 무기 생산라인 자체가 상당 부분 폐쇄되거나 독점 체제로 고착화됐다. 미 전쟁부가 아무리 신속한 증산을 채근한다고 해도 병목을 벗어날 수 없는 구조다.
진짜 난관은 부품·소재 공급망에 있다. 패트리엇 등 정밀 유도무기에는 네오디뮴 같은 희토류가 필수 소재다. 미사일이 목표물을 추적할 때 극강의 자성물질이 필요한데, 다른 소재로 대체하면 부피·무게가 커져 미사일 설계 전체가 틀어지게 된다. 우리가 잘 아는 대로 희토류 공정의 80~90%는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미국이 패트리엇 공장을 세 배로 돌리겠다고 해도, 여기에 필요한 희토류 소재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지는 별개 사안이다.
미군의 무기난은 단순히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동맹국이 한결같이 불안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핵으로 단단히 무장한 중·러·북의 공산·권위주의체제에 맞선 자유 진영 비핵국가의 안보 근간은 미국의 확장억제정책이다. 미국의 압도적 억제력을 동맹국으로까지 확장해 주는 것이다. 그런데 그 미국이 자신의 콧물이 석 자나 흐르는 판에 남의 콧물을 닦아줄 수 있겠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미국은 이란과 우크라이나 2개 전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사태까지 가중된다면. 미국 전략국제연구소(CSIS)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중국의 대만 침공으로 미·중 간 전쟁이 벌어지면 미국이 보유한 대함 미사일은 1주일 만에, 공대지 미사일은 한 달 만에 재고가 완전히 바닥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중국도 아닌 이란과 싸우면서 무기 쇼티지로 전쟁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쳤으니 말이다.
자연스레 핵무장론이 재소환되는 시점이다. 미국의 확장억제정책은 그렇지 않아도 의심쩍은 것이다. 프랑스 드골이 핵무장할 때 내세운 논리가 ‘미국이 뉴욕을 포기하고 파리를 지켜줄 수 있냐’는 것이었다. 그 질문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미국이 LA를 포기하고 서울을 지켜줄 수 있겠냐’고. 확장억제는 미국의 의지에 대한 신뢰에 기반한다. 그런데 그 신뢰가 뿌리째 흔들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미군의 ‘텅 빈 무기고’는 미국의 의지에 대한 불신을 넘어 보다 근본적으로 능력에 대한 불신을 낳고 있다.
얼마 전 미국 엘브리지 콜비 차관이 꺼낸 전술핵 카드는 이런 현실에 대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재래식 무기의 한계를 느낄수록 핵을 활용하려는 일종의 ‘핵 문턱’ 효과다. 미국이 동시 다중 전쟁을 감당할 수 없다면 동맹에 대한 ‘선택적 핵확산’이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런 분위기를 꿰뚫고 있는지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의 정권은 비보유, 비제조, 비반입의 비핵 3원칙 중 비반입 조항 삭제를 추진 중이다.
1991년 이 땅에서 완전히 철수한 주한미군의 전술핵이 다시 배치될 가능성을 예단하긴 어렵다. 만일 현실화한다면 핵무장의 안도감만큼 무겁게 다가오는 것이 중국의 반발이다. 사드 한한령을 겪었기에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는 결국 리스크 선택의 문제다. 오늘의 고통과 내일의 불안 중 무엇을 감내할지. ‘초근목피로 연명하더라도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북의 핵 의지는 사생결단의 그것이다. 그런 김정은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것이 한국에 핵이 있는 것, 더 나아가 한국이 핵을 보유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