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철(옛 신일본제철)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재차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2일 고(故) 민문식 씨 자녀들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일본제철의 8000만원 배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소멸시효를 언제부터 계산해야 하는지가 쟁점이 된 사건이다.
민씨는 1942년 2~7월 일본 이와테현에 있는 일본제철 가마이시 제철소로 끌려가 강제징용당했다. 민씨는 1945년 귀국해 1989년 사망했다. 민씨 유족은 2019년 4월 일본제철에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2022년 1심은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은 불법행위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되기 때문이다.
2024년 8월 항소심은 1심 판단을 뒤집고 일본제철이 유족에게 8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장애 사유를 해소할 수 없는 객관적 사유’가 있었을 경우엔 장애 사유가 해소된 시점을 소멸시효 기준점으로 본다는 대법원 판례에 주목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을 때 민씨 유족의 장애 사유가 해소됐다고 보고,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봤다. 최근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하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작년 12월 일본제철이 강제징용 피해자인 고 정형팔 씨 유족에게 1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확정된 게 대표적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