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으로 향한 13호 태풍 ‘돌핀’이 한반도를 뒤덮은 ‘이중 열돔’에 균열을 내며 극한 폭염의 기세가 꺾였다. 제주 남단 700㎞ 지점에서 서쪽으로 향한 태풍이 한반도 주변 기압계를 흔들며 상대적으로 선선한 공기가 유입되고 있다.
10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은 최저기온 24.8도를 기록하며 이틀 연속으로 열대야에서 벗어났다. 열대야는 오후 6시1분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전국 곳곳에 내려진 폭염중대경보도 모두 해제됐다. 최상위 폭염특보인 폭염중대경보는 ‘최고기온 39도 이상’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할 때 발령된다.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8일까지 17일간 이어진 서울의 열대야 행진이 멈춘 데엔 돌핀의 영향이 컸다. 지난 7일까지 한반도 상층의 티베트고기압과 하층의 북태평양고기압이 겹겹이 자리 잡아 서울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기온이 40도를 넘어서는 극한 폭염이 나타났다. 이후 8일께 돌핀이 일본 오키나와를 거쳐 중국 동부에 상륙하면서 두 고기압 사이에 틈이 생겼다. 이를 따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동해상에서 상대적으로 차고 건조한 북동풍이 한반도로 유입돼 이중 열돔이 와해됐다.
이중 열돔이 깨지면서 습도도 낮아져 체감온도 역시 떨어졌다. 체감온도는 상대습도 55%를 기준으로 습도가 10%포인트 낮아질 때마다 약 1도씩 내려간다. 3~6일 서울의 상대습도는 60%대를 유지했지만 8일에는 56.8%로 낮아졌다.
극한 폭염이 물러났다고 더위가 끝난 건 아니라는 것이 기상청의 설명이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전국 139곳에 폭염주의보, 8곳에 폭염경보가 발효됐다. 11~12일 전국 낮 최고기온은 27~34도로 예보됐다. 평년(최고 28~32도)보다 2도가량 높은 수준이다.
앞으로는 15호 태풍 ‘찬홈’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찬홈은 일본 본토를 관통하며 열대저압부로 약화한 뒤 오는 13일 동해로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태풍이 남긴 저기압이 동해상에 머무르며 이중 열돔 형성을 막아 동쪽 지방의 기온이 낮아질 수 있다. 동해안을 중심으로 비가 내릴 가능성도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찬홈의 이동 경로에 따라 한반도 기압계가 달라질 수 있어 폭염 강도와 지속 여부를 계속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영기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