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엄격한 가계대출 규제 탓에 신용점수 1등급조차 은행 대출을 받기 힘든 신용경색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한경 보도다. 병원비 등 긴급 생활자금이 필요해 주거래 은행에 마이너스통장 개설이나 일반 신용대출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하는 고신용자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신용점수 하락을 무릅쓰고 은행 대신 저축은행이나 카드사 등 2금융권에서 대출받는 개인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받는 시중은행이 대출 문턱을 빠르게 높이는 흐름은 은행연합회 통계에서도 쉽게 확인된다. 지난 6월을 기준으로 5대 시중은행의 마이너스통장 평균 신용점수는 역대 최고인 962.6점으로 상승했다. 신용점수 950점은 1등급 중에서도 최고 신용도인데도 마이너스통장 신규 개설이 여의찮을 수 있다는 의미다. 900점대 고신용자가 2금융권 대출 한도를 조회한 건수는 지난달 150만6760건이나 됐다.
기형적인 신용경색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부동산 안정을 위해 은행권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 방침이기 때문이다. 올 연간 가계대출 여력을 많이 소진한 은행은 경쟁적으로 대출을 줄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주택 구입 목적의 대출 한도를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축소했고, 우리은행은 영업점별 월별 주택담보대출 취급액을 30억원에서 10억원으로 줄였다. 하나은행은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신청 접수를 중단했다.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는 매일 오전 6시에 주택담보대출 신청을 받는데, 10분 만에 하루 한도가 소진되고 있다. 금융소비자 사이에서 “주택담보대출 받기가 추석 기차표 예매보다 어렵다”는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가계대출 대부분이 주택 구입 자금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대출 총량 관리를 포기하기 어려운 것도 이해가 간다. 그렇지만 시장 신용에 따라 은행 대출이 이뤄지는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금융시장은 정상이라고 말할 수 없다. 모든 사람이 의지하는 금융시장의 대출 절벽 현상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