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명 살던 시골, 자고나면 새 기둥…현장서도 "놀라운 속도"

입력 2026-08-06 17:51
수정 2026-08-1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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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한도 채워서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쉴 새 없이 돌립니다. 용인은 공정이 너무 바빠 조기 출근에 야간 교대 근무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말인 지난 1일 새벽 5시, 경기 용인시 원삼면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현장에서 만난 배관 공사 근로자의 말이다. 내년 2월 첫 번째 공장 ‘Y1’의 클린룸을 여는 것을 목표로 진행 중인 사업 현장에는 폭염 속에서도 1만5000여 명의 인력이 투입돼 쉴 새 없이 작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같은 날 찾은 경기 평택 삼성전자 사업장의 P5 팹1 건설 현장 역시 쉼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오후 1시 반, 30도가 넘는 땡볕에 7000여 명의 인력이 현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삼성전자는 공사 속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달부터는 토요일 연장근무를 시작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근로자는 “서울에서 오가느라 출퇴근이 힘들고 날씨도 덥지만 현장이 워낙 바쁘게 돌아가니 쉴 틈이 없다”고 말했다. ◇ 일당 30만원 줘도 사람 못 구해
이처럼 현장이 바쁘게 돌아가면서 사업 부지 일대는 ‘천지개벽’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변화를 겪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용인 투자를 발표한 2019년만 해도 인구 8000여 명 남짓의 조용한 시골 마을이었는데 현재는 거대한 반도체 기지로 바뀌었다. 415만㎡에 달하는 산지와 농지가 평평한 부지로 조성됐고, 그 위로 거대한 공장과 인프라가 속속 들어서는 중이다. 1000가구 이상 아파트 단지와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협력 업체 단지, 발전소, 기숙사 등 도시 하나를 새로 짓는 규모의 공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공장을 가동할 전력과 용수 인프라 구축도 차질 없이 추진되고 있다. 용인 1·2기 공장에 필요한 하루 26만5000t 규모의 용수는 여주보에서 전용 관로를 통해 끌어온다. 전력은 신안성변전소와 동용인변전소를 잇는 송전망을 통해 3기가와트(GW)를 우선 공급받을 계획이다. 3·4기 공장 후속 증설에 따라 용수와 전력 공급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공사가 속도전으로 진행되면서 인력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전문 용접사는 기존 22만원 수준이던 일당이 30만원까지 치솟았지만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일반 작업자 일당도 기존보다 3만원 오른 23만원 수준에 형성됐다. 현장 관계자는 “하반기 Y1 2단계 공사 및 마감 작업이 본격화하면 하루 투입 인력이 최대 3만 명으로 늘어나 인력 수급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급격한 인력 유입으로 인한 가장 큰 문제는 숙소 부족이다. 원삼면 일대 신축 원룸 월세가 강남 오피스텔과 맞먹는 150만원 수준으로 치솟았다. 그마저도 방을 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두 명이 원룸을 나눠 쓰거나 숙소를 구하지 못해 서울, 수원, 충남 천안 등지에서 왕복 100㎞가 넘는 거리를 매일 출퇴근하는 근로자가 적지 않다. ◇ 용인·평택 초스피드 증설 전쟁용인과 평택 두 거대 현장이 휴일도 잊은 채 풀가동되는 배경에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긴박함이 자리 잡고 있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적어도 2028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Y1 건설 현장은 1단계 골조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조만간 2단계 골조 공정을 시작한다. Y1에는 2030년 말 완공까지 총 120조~150조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6년간 건설한다고 가정하면 하루 평균 약 700억원을 쏟아붓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P5 팹1과 팹2(옛 P6)를 동시에 구축하는 한편 올해 말 용인 남사읍 일대에 새로운 반도체 공장 6곳을 짓는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당초 2030년으로 계획한 용인 팹 가동 시점을 2029년으로 1년 앞당겼다.

두 회사는 전남광주에서도 800조원 규모의 전공정 팹 총 4기를 지을 예정이다. 광주 군공항 이전 부지를 중심으로 첨단 메모리 생산 라인과 소부장 협력사 단지를 함께 구축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대규모 투자가 가속화할수록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의 지배력과 경쟁력은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용인=강해령/평택=원종환 기자 hr.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