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달 31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신형 ‘화성-19형’이라며 시험발사 모습을 공개했다. 북한은 “화성 19형은 기존의 화성-18형과 함께 운용할 최종완결판 ICBM”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여러 개 탄두를 장착한 ‘다탄두’ 기술이 적용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우리 군은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1일 ‘화성 19형’ 시험발사 결과를 보도하면서 “발사된 미사일은 최대 정점고도 7687.5㎞까지 상승했고 5156초(1시간25분)간 1001.2㎞를 비행해 조선 동해 공해상의 예정 목표 수역에 탄착됐다”고 보도했다. 정점고도와 비행시간 모두 기존 ICBM 시험발사 중 최고 기록이다.
공개된 사진에 따르면 화성-19형의 탄두 탑재부와 이동식발사대(TEL) 발사관 덮개는 화성-18형에 비해 눈에 띄게 뭉툭해진 모습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탄두 탑재부가 뭉툭하게 설계된 것으로 볼 때 다탄두형(MIRV)으로 개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미국 본토의 여러 지역을 동시다발적으로 타격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군 관계자는 “화성-19형에 다탄두 장착이 가능한지 여부는 더 분석해봐야 한다”고 했다.
화성-19형의 3단 추진체 및 발사대도 화성 18형보다 훨씬 길다는 평가다. 화성-19형을 발사한 TEL은 11축(22륜)으로, 지난해 7월 발사한 화성 18형의 9축(18륜) TEL보다 길어졌다. 유 의원은 “화성-19형은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중 최장 비행시간을 기록했는데, 추진체의 2~3단 길이를 확대해 연소시간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한·미 양국은 31일(현지시간) 외교·국방(2+2) 장관회의를 열고 북한 ICBM 발사와 북·러 간 군사 동맹을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양국 장관은 성명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지속적인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비핵화 단어는 전날(10월 30일)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선 등장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미국 안팎에서 제기된 북한 비핵화 회의론이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루 만에 다시 ‘비핵화’ 단어가 부활했지만 한·미 양국의 미묘한 견해차가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고 언급했는데,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란 표현을 썼다.
김동현/김종우 기자/워싱턴=이상은 특파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