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주변 월주차 구합니다. 가격 제시해주세요. 최소 3개월 이상 예정입니다. 공용주차장보단 아파트면 좋겠습니다." (직거래 플랫폼 '당근'에 올라온 글)
전국 각지에서 주차난이 심각합니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자리 확보를 위해 주차선을 물고 두 자리에 주차한 사례는 심심찮게 보이고, 심지어 네 자리에 걸쳐 주차해 거주민의 공분을 산 사례도 전해졌습니다.
이미 한 집에 자동차 한 대 이상을 보유하면서 주차난이 빚어진 탓입니다. 국토교통부 자동차 등록 자료 통계에 따르면 8월 기준 국내 자동차 누적 등록대수는 2620만2541대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2023년 말보다 약 25만대가 증가한 수치입니다. 8월 기준 국내 가구수가 2408만7679가구임을 고려하면 가구당 1대 이상의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주차공간은 포화 상태입니다. K-apt 공동주택 관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6월 기준 국내 입주 단지는 1만8799개, 1147만5852가구인데 가구당 주차공간은 1.50대에 불과합니다. 아파트만 놓고 봐도 이 정도인데 범위를 빌라나 오피스텔 등으로 넓히면 주차 공간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주차 공간 부족에 시달리는 입주민은 과거 공영주차장이나 타워주차장 등을 찾았지만 요즘엔 직거래 플랫폼을 통해 해결방안을 찾습니다. 실제 최근 플랫폼에선 '아파트 월주차를 구한다'는 글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직거래 플랫폼 '당근'에 아파트 월주차 구매글을 올렸다는 직장인 한모씨(37)는 "구축 아파트에 살다보니 주차 자리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가족들과 주말에 타고 다니는 차량은 아파트에 세워두고 출퇴근용 차량은 인근에 있는 아파트 등에 주차하려고 글을 올렸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다수의 거래가 이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 아파트 주차 자리를 판매했다는 한 입주민은 "현재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있어 아파트 내 주차 자리를 방치하는 것 같아 용돈이라도 벌려고 내놓았다"며 "생각보다 수요가 많아서 놀랐다"고 전했습니다.
아파트에 외부 차량이 월 주차를 하는 것을 두고 아파트 입주민들은 우려를 쏟아냅니다. 이들은 "외부인이 이렇게 쉽게 들락날락하는데 아파트 보안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대체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일을 관리해야 하는 것 아닌가" 등 불안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주차권을 판 입주민을 겨냥한 한 입주민은 "단지 보안 등을 생각하면 절대로 팔지 못할 것"이라고 일침을 놨습니다.
서울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을 맡은 50대 박모씨는 "사실상 외부 차량을 잡아내는 게 쉽지 않다. 입주민이 직접 와서 신청하고 스티커도 받아 직접 차량에 부착하면 잡을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며 "다른 입주민이 보고 신고하지 않는 이상은 찾아내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직거래 플랫폼을 통해 아파트 주차장만 거래되는 것은 아닙니다.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 거래가 이뤄져야할 아파트 역시 직거래 플랫폼에 올라옵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당근 '부동산 직거래' 홈에는 서울에서만 1만6620개를 매물이 올라와있습니다. 월세 50만원짜리 원룸부터 20억원의 고가 아파트까지 다양한 매물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런 부동산 직거래의 장점은 중개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10억원짜리 아파트를 매매하면 법정 수수료율은 최대 0.5%로 500만원까지 나올 수 있습니다. 15억원이 넘는 아파트의 경우 수수료율이 최대 0.7%인 1050만원으로 수수료만 1000만원이 넘습니다.
문제는 장점만 있는 게 아니란 것입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안성시)이 당근마켓을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수사기관에서 당근마켓에 수사 협조를 의뢰한 건수는 9건이며, 피해 금액은 15억7675만원에 달했습니다.
대표적인 피해 사례로는 중도금 명목으로 돈을 입금하게 한 뒤 잠적하는 '먹튀' 방식이었습니다. 당근마켓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게시글 작성자와 등기부상 소유자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집주인 인증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 부동산 물건 5만건 중 집주인 인증이 된 매물은 23%에 그쳤습니다. 소유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허위로 정보를 작성해 매물을 올리는 게 가능했습니다. 게시물이 허위인지 확인하기도 쉽지 않은 구조였습니다. 개인 간 부동산 거래는 공인중개사법을 적용 받지 않아 감시 대상도 아닙니다.
서울에 있는 한 부동산 공인 중개업소 대표는 "2021년께 집값이 치솟을 당시에도 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집주인들끼리 거래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는 상당히 위험하다"며 "잘못된 계약서 작성, 심지어는 이중매매 같은 위험도 도사린다. 수수료를 최대로 지불하지 않더라도 공인중개사의 도움을 받는 게 안전하다"고 전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