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전쟁' 2라운드 돌입

입력 2024-10-25 17:45
수정 2024-10-25 22:31

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 근로자들이 낸 ‘직접 고용 소송’에서 패소한 공사 측이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을 내세워 ‘2심 뒤집기’에 나섰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직고용과 관련한 법원 판단이 서로 엇갈리는 가운데 다음달 열리는 항소심에서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법조계는 이번 항소심 결과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책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공사 vs 보안검색원 내달 항소심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공항 보안검색 근로자 A씨 등 1000여 명이 공사를 상대로 낸 정규직 근로자 지위확인 및 350억원대 임금차액 청구 소송이 인천고등법원 3민사부(부장판사 기우종)에 배당됐다. 항소심 첫 변론기일은 다음달 13일로 잡혔다.

공사 측은 항소심을 앞두고 법률 대리인을 법무법인 광장에서 김·장법률사무소로 바꿨다. 김앤장은 홍준호 변호사(전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부장판사·사법연수원 23기)를 중심으로 박찬익·이현석·김도윤·정지윤·전형오 변호사 등 ‘정예 멤버’를 투입했다. 원고 측 대리인은 법무법인 미추홀 등이다.


핵심 쟁점은 보안검색 근로자들의 법적 지위다. 공사 측이 제출한 100여 쪽 분량의 항소이유서에는 “원고들은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일 뿐 파견 근로관계가 아니다”며 “적법한 도급계약에 따른 용역”이라는 주장이 담겼다. 반면 근로자 측은 “보안검색 근로자들이 실질적으로 파견 근로관계에 있었기에 공사 측이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이들 근로자는 모두 공사 자회사인 ㈜인천국제공항보안 소속이다.

이번 소송전은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 등 인천공항 보안검색 노동자 1200명은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기조에 따라 2020년 3월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공사의 실질적 지휘·명령 아래 업무를 수행했으므로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며 직접고용을 요구했다. 1심을 맡은 인천지방법원 민사11부(부장판사 김양희)는 약 4년 만인 지난 5월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다만 임금 차액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최종 판결까지 상당한 시일 걸릴 수도공사 측이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들과 소송을 벌인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대법원은 2013년 인천공항 경비요원 문모씨 등 2명이 공사와 용역경비업체 에스디케이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당시 대법원 민사1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국가 중요 시설인 인천국제공항을 경비하는 용역업체 직원들이 공사 측의 관리와 감독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불법인) 파견 관례로 보기 어렵다며 직접고용 의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1심 재판부가 사실상 대법원 판례를 뒤집은 만큼 이번 항소심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공사의 다른 부문 자회사 소속 근로자로부터 비슷한 소송이 줄줄이 이어질 수 있어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인국공 사태’가 재연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선언 이후 추진된 정규직화 정책은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불공정 논란에 휘말렸고, 결국 공사는 보안검색 노동자에 대해 직접고용 대신 자회사 전환으로 후퇴했다.

1심 판결까지 4년이 걸린 만큼 최종 판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