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성과는 어떻게 낼 수 있을까요?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선 먼저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에 대해 잘 이해해야 합니다. 인도 택시 운전사와 스웨덴 택시 운전사의 월급은 48배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엄청난 교통 체증, 교통 법규를 지키지 않는 차량과 보행자, 도로 위 돌발 상황 등을 고려하면 인도 운전사가 스웨덴 운전사보다 급여를 더 받아야 할 것 같은데 말이죠. 스웨덴 운전사가 월급을 48배나 더 받는 이유는 그가 속한 그룹(국가 등)의 생산성이 실질적인 급여 수준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팔자소관이지만, 사람은 잘사는 나라에서 태어나는 게 축복입니다. 마찬가지로 어느 회사에서 일하는지에 따라 같은 성과에도 다른 대우를 받을 수 있습니다. '동일노동·동일임금'이 쉽게 구현되지 않은 이유입니다. 이런 논리는 같은 회사 내에서도 일어나지요. 같은 해에 금융회사에 입사해 같은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투자은행(IB) 부문에서 일하는 사람의 성과급과 자산관리(WM) 부문에서 일하는 사람의 성과급은 다를 수 있습니다. 소속된 부문의 전체 성과가 다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일률적으로 성과를 평가하기란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인도의 운전사로만 살 수는 없습니다.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가든, 운전사가 아닌 다른 일을 하든, 인도 운전사 중 최고가 되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제가 부서장이던 시절, 성과급에 불만을 가진 대리 한 명이 저를 찾아온 적 있습니다. 연차가 어린 후배 사원이 대리인 본인보다 성과급을 많이 받았다는 겁니다. 평가의 기준을 말해 줬지요. 예를 들어 사원의 역량으로 100의 성과를 내는 것이 정상인데, 110을 달성한 사원은 본인에 대한 기대치 대비 +10%를 한 것입니다. 반면 150의 성과를 요구받는 대리가 135의 성과를 냈다면 기대치 대비 -10%의 결과에 그친 것입니다. 따라서 대리보다 사원에게 성과급을 더 줘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도 이 직원은 자신은 대리이고, 절대적인 성과가 110보다 많은 135이니 성과급을 더 받는 것이 맞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리의 성과급은 대리들 간의 평가에 의해 배분되고, 사원은 사원들 간의 평가에 의해 배분된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대리가 사원보다 많이 받아야 하는 것은 성과급이 아니라 정기적인 급여이며, 이미 당신은 그 사원보다 많은 연봉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적정한 평가와 보상이라 말한 뒤 돌려보냈습니다. 인도 운전사는 인도 운전사끼리 평가를 받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정기적인 급여에서 이미 직급별 차등이 이뤄졌습니다. 반면 비정기적으로 나오는 성과급은 서운할지 몰라도 자기가 속한 직급 내에서 차등적으로 분배됩니다.
저는 직원들에게 평가의 3가지 원칙을 연초에 미리 제시하고 말해줬습니다. 사전에 투명한 룰을 정해 두어야 좋은 성과를 낸 사람에게 제대로 보상을 해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사실 저도 과장 시절, 인사 평가자의 불공정한 평가로 고생한 적이 있었습니다. 누구를 승진시켜주려고 하는데 그 친구에게 인사 고과 최고 등급을 주기 위해, 제가 고과를 양보하면 성과급을 더 챙겨주겠다는 식이었습니다.
저도 그런 마음고생을 해봤던 처지라 ‘PAD’라는 3가지 원칙을 세워 평가합니다. ‘P’는 성과(Performance)입니다. ‘A’는 태도(Attitude)입니다. ‘D’는 성실성(Diligence)입니다. 앞에서 말한 근태가 이 D에 해당하겠지요. 세 가지 평가 기준의 비율은 대략 6 대 3 대 1입니다. 성과를 6으로 둔 이유는, 조직의 존재 이유와 존립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미사여구를 붙여도 성과를 내지 못하는 조직은 이미 죽었거나 곧 죽을 조직입니다. 미래를 위해 당장의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투자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역시 ‘과정’을 성과로 평가합니다.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로 일할 때, 새로운 비즈니스를 추진할 때마다 새로운 본부를 꾸렸습니다. 새로운 조직에서 상품을 개발하고 론칭해서 성과가 나오기까지는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투자 회임 기간(투자 비용을 회수하는데 소요되는 기간)을 최소 2년으로 생각하고 적게는 2년, 많게는 3년의 시간을 책정했습니다. 그 기간은 숫자로 성과를 평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지요. 단, 그 기간 준비 과정을 꾸준히 점검했습니다. 그 과정이 해당 사업과 직원들에 대한 성과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새롭게 추진한 비즈니스와 해당 본부는 모두 안정적인 궤도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성과 없이 립 서비스만 계속하는 조직이나 직원도 있습니다. 눈 가리고 아웅입니다. 얼마 가지 못해 드러납니다. 투자 회임 기간이 길지만 언젠간 성과를 내는 조직과 립서비스만 하는 조직은 두 번째 평가 기준인 Attitude, 즉 태도에서 완전히 구별됩니다. 성공하는 조직은 당장 성과가 없어도 조직원 간 노력하려는 자세가 다릅니다. 일과시간에 아무도 사무실에 없었습니다. 고객을 만나러 갔는지 출장을 갔는지, 아니면 놀러 갔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근태가 중요한 건 아니라고 했으니 그래도 믿어봅니다. 늦은 저녁 시간에 우연히 사무실에 와 보니 부서원들끼리 그 시간에 회의하고 있습니다. 낮에 놀러 간 건 아니었나 봅니다. 당장 숫자가 나오지 않더라도 믿음이 갑니다.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고 회사의 지원이 적다고 탓하는 본부도 있습니다. 1년간 노딜(No Deal, 계약이 성사된 사업이나 거래가 없음)인데 그 이유가 100가지는 넘는 것 같습니다. 모든 공(功)은 자신의 것이고, 잘못된 것은 회사의 지원 부족 때문이라 하니 임원진 입장에서도 난처합니다. 해외 출장도 몇 번씩 급하게 갑니다. 급하게 일정을 잡으니 CEO 입장에선 어쩔 수 없이 결재해 줍니다. 그런데 역시 빈손입니다. 결국 성과가 나오지 않자 직원들이 이탈하며 조직이 와해됩니다. 태도에 문제가 있는 조직은 결국 무너지거나 문제를 일으킵니다. 일에 대한 태도가 좋은 조직은 당장 숫자가 나오지 않더라도 언젠가 성과를 보입니다.
그래서 일에 대한 태도는 단순한 근태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직급이 높다고 모두 일을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 연차가 낮은 후배라고 일을 못 하는 것도 아닙니다. 성과는 근태나 연차보다 일에 대한 태도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이윤학 전 BNK 자산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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