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엔자·코로나19 백신 동시접종 권장…언제든 재유행 가능"

입력 2024-10-15 16:07
수정 2024-10-15 16:08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 백신을 동시에 접종한다고 부작용이 늘거나 효과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임상을 통해 증명됐습니다. 양쪽 어깨에 나눠 맞으면 동시 접종으로 인한 부작용은 없습니다.”

지난 14일 서울 구로구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만난 김우주 감염내과 교수는 혹시 모를 코로나19 재유행에 대비해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의 경각심이 줄어든 지금이 가장 조심해야 할 시기라는 의미다. 김 교수는 “지난 3년간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으로 억눌려 있던 반발감으로 오히려 개인 위생에 무관심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플루엔자, 코로나19 같이 맞기’ 권고김 교수는 두 가지 백신을 동시에 접종할 것을 권고했다. 두 백신이 모두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된 만큼 동시 접종으로 인한 부작용은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질병관리청도 의학적으로는 같은 팔에 맞아도 문제가 없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고 표식을 남기기 위한 차원에서 다른 부위에 접종하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11일부터 고령자 등을 대상으로 인플루엔자 및 코로나19 무료 예방접종을 시작했다. 75세 이상 고령자는 이달 11일부터, 70~74세는 15일부터, 65~69세는 18일부터 접종이 가능하다. 질병관리청은 인플루엔자 감염 시 중증화 위험이 큰 6개월~13세 어린이 중 2회 접종 대상자는 지난달 20일부터, 1회 접종 대상자는 이달 2일부터 접종할 수 있다. 임신부도 2일부터 접종을 시작했다.

인플루엔자 백신의 경우 만약 계란 알레르기가 있다면 세포 배양 백신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백신은 병원 바이러스를 키우는 방식에 따라 유정란 배양 백신과 세포 배양 백신으로 나뉜다. 김 교수는 “전통 백신(유정란 배양 백신)은 오랜 시간 안전성이 증명돼 있지만 바이러스를 키우는 과정 중 변이가 일어날 확률이 있다”며 “세포 배양 방식은 그간 독감 백신 접종이 어려웠던 사람들에게 대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스카이셀플루 백신이 대표적인 세포배양 백신이다. ○코로나19 재유행 대비해야김 교수는 2002년부터 시행한 인플루엔자 백신 국가예방접종 사업처럼 코로나19 백신 접종 사업도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은 20년 넘게 국가 차원에서 시행하면서 고령층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 정착됐다”며 “기온이 쌀쌀해지는 10월 초 무료 접종을 하면 한겨울 안전하게 날 수 있다는 점이 체득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2023년~2024년 동절기) 기준 국내 65세 이상 고령층의 독감 백신 접종률은 82.2%로 전 세계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반면 코로나19 백신은 달랐다. 2021년 2월 말부터 접종을 시작했는데 초기에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맞으려고 해 예약 시스템이 마비되는 사태까지 벌어졌으나 지난해를 기준으로 접종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치명률이 하락하자 사람들의 긴장감이 느슨해지면서다. 유행 초기 6~7%에 육박한 코로나19 치명률은 0.1%까지 떨어졌다. 특히 오미크론 변이 이후 지난해 국내 코로나19 치명률은 0.05% 수준으로 계절독감과 비슷했다. 50세 미만은 0.01% 미만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7일 기준 65세 이상 백신 접종률은 26.7%였다. 질병청의 지난해 고령층 접종률 목표였던 50%의 절반 수준이다. 김 교수는 “백신 접종을 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된 점이 올해 8월 잠시 코로나19가 유행한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팬데믹 위기를 극복한 일등공신인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언제든 다시 재유행이 시작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집단면역을 통해 전반적인 예방 효과를 보려면 무료 예방접종 대상을 늘려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현재 코로나19 백신 무료 예방접종 대상은 65세 이상 고령층, 생후 6개월 이상 면역저하자 및 감염취약시설 입원·입소자 등이다. 김 교수는 “만성질환자와 의료진이 빠져 있다”며 “80세 이상에게서 코로나19 치명률은 1%에 육박할 정도로 높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김 교수는 “바이러스는 끊임없이 자연선택을 통해 변이가 일어나므로 다시 유행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3~4년간 더 거치며 이들의 패턴을 파악해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원인 바이러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보다 더 빠른 속도로 변이가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