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에 응하면 양도소득세 대신 배당소득세 낸다

입력 2024-10-04 14:15
수정 2024-10-04 17:27
이 기사는 10월 04일 14:1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 주주들이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응할 경우 '주권 양도'가 아닌 '의제배당'으로 취급된다. 개인 투자자들은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 대신 배당소득세를 내야 한다. 해외 기관투자가들도 일반적인 공개매수의 경우 양도 차익에 대한 세금을 면제받지만 고려아연의 공개매수의 경우 5~16.5%의 세금을 내야 한다. 세금 문제로 주주들의 셈법이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4일 공시한 공개매수 신고서를 통해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주권을 회사에 반환하는 절차로 주권의 양도에 해당하지 않으며, 의제배당에 대한 세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반적인 공개매수의 경우 개인 주주들은 0.35%의 장외 거래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로 거래 차익의 22%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하지만 고려아연의 공개매수의 경우 자사주를 사들이는 거래로 셈법이 다르다. 주식을 파는 게 아니라 회사에 다시 돌려주는 개념으로 세법상으로는 배당으로 본다. 즉 주주들은 배당소득세를 내야 한다.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 이하인 경우에는 양도차익에 배당소득세가 15.4% 원천징수된다. 연 2000만원 이상인 이들의 경우 종합과세가 적용되면 최고 세율이 49.5%에 달한다. 이런 세금 문제 때문에 개인 주주들은 일반적으로 공개매수가 보다 할인된 금액에 장내에서 지분을 처분해 차익을 거둔다. 공개매수가보다 주가가 낮게 형성되는 이유다.

배당소득세는 해외 기관투자가들에게 특히 더 민감한 문제다. 해외 기관투자가는 보통 한국과 조세협약을 체결한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법인은 조세 협약상 주식매매거래로 발생한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 하지만 배당 소득에 대해서는 22%의 소득세 또는 법인세를 내야 한다. 한국과 조세조약을 맺은 곳에서 법인이 있다면 세율이 제한적이다. 일반적으로 5~16.5%의 세율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미국에 법인을 둔 기관투자가는 16.5%, 싱가포르 법인은 15%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해외 기관투자가의 경우 이런 세금 문제까지 고려해 공개매수 참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이 진행하는 공개매수는 일반적인 공개매수이기 때문에 의제배당이 아닌 주권 양도로 취급되고,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둔 기관투자가라면 양도 차익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는다.

해외 기관투자가들은 세금 문제를 고려해 상황에 맞게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가가 83만원이더라도 양도 차익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는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의 공개매수에 응하거나 그 보다 낮은 가격에 장내 지분 매각을 택하는 게 더 이득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