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뒤 을지로 대량 공급…CBD 오피스 거래 암초 부상

입력 2024-09-23 15:41
수정 2024-09-24 09:30
이 기사는 09월 23일 15:4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중심업무지역(CBD) 매물로 나온 오피스들이 엑시트(자금 회수) 우려로 거래 난항이 이어질 수 있단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르면 2026년부터 을지로 권역에 대규모 오피스가 공급되며 ‘임차인 이탈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페블스톤자산운용은 내년 3월로 다가온 퍼시픽타워 보유 펀드의 만기를 앞두고 부동산 매각 자문사들과 사전 접촉에 나서고 있다. 인근 지역 매물 탐색 후 매각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퍼시픽타워는 연면적 5만9500㎡(1만7998평), 지하 7층~지상 23층 규모의 대형 오피스 빌딩이다. 페블스톤자산운용은 지난 2018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주택도시기금 자금을 유치해 약 4300억원에 이 오피스 자산을 매입했다. 1호선과 2호선 환승역인 시청역 인근에 위치해 있어 CBD 매물로 묶인다.

매도인의 고민이 큰 것은 현재 매각을 하기 적정한 시점인지 판단하기 어려워서다. 이미 서울파이낸스센터(SFC), 크레센도 빌딩 등 인근 자산이 매물로 대거 나와 있다. 대형 빌딩이 금리 인하 예고와 함께 매물로 쏟아지며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을지로 일대에 대규모 공급 물량이 쏟아질 예정이란 점이 부동산 IB 업계의 화두로 떠오르는 추세다. 내후년 이후부터 상당한 규모의 대형 빌딩이 CBD 지역에 지어질 예정이다. 부동산 매각 자문사 컬리어스에 따르면 2026~2027년 CBD 지역에 공급되는 오피스 물량은 91만3523㎡(27만6340평)에 달한다. 을지 파이낸스 센터, 을지로 센트럴 오피스 등 을지로와 세운, 공평 지구를 비롯해 서소문 일대에서도 여러 오피스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20만㎡(6만500평) 규모씩 공급돼온 것과 비교하면, 한 해 공급량의 4.5배에 달하는 물량이 CBD에 공급되는 셈이다.

프라임급 오피스 자산이 쏟아지게 되면 임대료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많은 임차인들이 신규로 공급되는 오피스로 이전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을지로는 마곡과 달리 안정화를 이미 마무리한 업무 지역이라 공실도 빠르게 채워나갈 전망이다. 그 과정에서 기존 CBD 빌딩은 임대료를 낮춰줄 수밖에 없다. 상황이 나빠지면 렌트 프리(무상 임대)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물을 인수하는 입장에서는 자금 회수(엑시트) 방안이 까다로워질 수 있어 인수할 때 고민이 커지게 될 전망이다. 지금 매물로 나온 빌딩은 빠르면 3년 뒤부터 매각을 검토하게 된다. 해당 시점이면 공급 물량이 쏟아지는 시점과 맞물려 임대료 하락에 따른 가격 하락까지 이뤄질 수 있어 매각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생길 수 있단 것이다.

한 부동산 IB 업계 관계자는 “지금 나와 있는 CBD 물건은 모두 을지로 일대에서의 대량 공급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이에 대해 설득력 있게 대응할 수 있는 자산만 매각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