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표적 공습…41년 전 美대사관 테러범 사망

입력 2024-09-22 18:20
수정 2024-09-22 18:21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21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 군사 긴장 고조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헤즈볼라 지휘관이 살해당한 것은 ‘정의 구현’이라고 평가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한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 협의체) 정상회의 브리핑에서 전날 이스라엘 공습으로 헤즈볼라 특수작전부대 라드완의 이브라힘 아킬 사령관(사진)이 사망한 데 대해 “우리는 미국인을 살해한 테러리스트에게 정의가 구현되는 것은 좋은 결과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아킬 사령관은 지난 20일 이스라엘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외곽 지역을 공습하는 과정에서 다른 헤즈볼라 지휘관 10여 명과 함께 사망했다. 공습 당시 헤즈볼라 특수작전부대 라드완 대원들은 회의 중이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이번 공습으로 아킬과 아마드 아흐무드 와하비 등 헤즈볼라 주요 사령관을 포함해 최소 37명이 숨졌다.

아킬 사령관은 1983년 베이루트에서 두 차례에 걸쳐 미국 대사관과 해병대 막사를 대상으로 한 폭탄 테러를 주도해 300명 이상을 살해한 혐의로 미국 정부에 수배된 인물이다. 미국 정부는 2019년 아킬 사령관을 세계 테러리스트로 지정하고 현상금 700만달러(약 93억원)를 걸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향한 ‘표적 공격’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다. 7월 말엔 베이루트를 정밀 타격해 푸아드 슈크르 헤즈볼라 최고군사사령관을 살해하는 등 최근 두 달 사이 헤즈볼라 고위 지도자를 잇달아 제거했다.

17~18일 이틀간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대원들이 사용하던 무선호출기(삐삐)와 무전기(워키토키)를 동시다발적으로 폭발시켰다. 이 사건으로 최소 37명이 사망하고 3000여 명이 부상당했다.

헤즈볼라도 보복에 나섰다. 헤즈볼라는 미사일 수십 기를 이스라엘 라마트 다비드 공군기지로 발사했다고 22일 텔레그램을 통해 밝혔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이날 헤즈볼라가 로켓 90발을 발사하면서 이스라엘 북부 도시 사페드 인근에 산불이 났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의 보복에 대비해 북부 도시 하이파부터 레바논 국경까지 이르는 곳에 비상 지침을 내렸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충돌이 격화하면서 미국 정부는 레바논에 있는 자국민에게 현지를 떠날 것을 권고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