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배터리동맹'…MBK·영풍 걸림돌되나

입력 2024-09-20 14:59
수정 2024-09-23 09:35
이 기사는 09월 20일 14:5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MBK파트너스·영풍은 고려아연이 현대자동차·LG화학 등과 맺은 '배터리 동맹'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MBK파트너스·영풍은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한 뒤에도 배터리동맹이 굳건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MBK파트너스·영풍 체제에서 고려아연의 '배터리 동맹'이 정상 작동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업계 평가도 적잖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현대차, LG화학으로부터 7639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이들과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를 맺었다. 파트너십은 고려아연이 이들 회사에 2차전지 소재를 공급한다는 내용이다.

현대차는 작년 8월 해외법인인 HMG글로벌을 통해 고려아연에 5063억원을 투자했다. 현대차는 고려아연의 지분 5%를 확보했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의 약 50% 고려아연으로부터 공급받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2차전지 소재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행보다.

현대차는 고려아연을 통해 공급망을 구축하면서 '탈(脫) 중국'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고려아연은 올해 안에 현대차 투자금을 활용할 계획이다. 지난해 지분 75%를 확보한 황산니켈업체 켐코(KEMCO)에 이 자금을 투입한다. 켐코는 이 자금을 활용해 내년까지 울산 '올인원니켈재련소' 공장 설비를 구축한다.

고려아연은 LG화학과도 2차전지 동맹을 맺고 있다. 지난 2022년 11월 고려아연은 LG화학과 2576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맞교환했다. 이후 자회사 켐코를 통해 LG화학과 한국전구체주식회사(한국전구체)를 합작 설립에 2000억원을 투자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전구체 자체 생산능력 강화할 예정이다.


MBK의 공개매수 작업이 고려아연 배터리 동맹을 위협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LG화학은 고려아연의 백기사 역할을 제외하더라도 사업의 실체가 크다"며 "대기업 오너들과 대척점에 선 MBK 입장에서는 경영권 인수 후에 2차전지 사업이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증권업계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대항공개매수 작업과 MBK의 공개매수가 인상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주가는 72만원으로 MBK의 공개매수가(66만원)를 웃돈다. MBK는 지난해 한국앤컴퍼니 2차 공개매수 때 가격을 1차 대비 20% 인상한 바 있다.

최 회장이 대항공개매수를 진행할 경우 MBK·영풍도 공개매수 가격을 올리면서 '쩐의 전쟁'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 회장은 추석 연휴 일본에서 소프트뱅크 관계자와 일본 종합상사의 대표들과 만나 투자 유치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