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람은 늘 당하고, 피해만 본다는 말에 반기를 들다 [서평]

입력 2024-09-20 10:12
수정 2024-09-21 13:05


“착한 사람은 늘 당하고, 피해만 본다.”

자신보다 남을 위하는 누군가를 만날 때 너나 할 것 없이 한마디씩 거드는 말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현명한 이타주의자>는 이런 보통 사람들의 생각에 반기를 드는 책이다. 독일의 물리학자이자 과학저널리스트인 슈테판 클라인은 “이기주의자가 단기적으로 볼 때는 훨씬 잘사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타인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이타주의자가 훨씬 앞서간다”고 주장한다.

그는 뇌과학, 경제학, 사회심리학 등 다양한 학문에서의 실험 결과를 들면서 ‘이기심이 만연한 세상을 포용하는 이타주의자의 삶’이 왜 우리에게 필요한지 설명한다.

지금으로부터 2500년도 더 전에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한 삶에는 타인의 행복도 포함된다”고 추정했다. 당시엔 그조차 이를 증명하지 못했지만, 현대의 경험주의 연구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에 힘을 싣는다.

뇌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남을 돕고 관용을 베풀 때 초콜릿을 먹거나 성행위를 할 때 활성화되는 두뇌 회로가 자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밀한 인간관계를 맺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인 옥시토신과 오피오이드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졸의 분비를 억제함으로써 심장 순환계 질병뿐 아니라 감염 질환 발생 가능성도 줄여준다. 이타주의자가 이기주의자보다 더 자주 행복감을 느끼고, 훨씬 더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얘기다. 모든 문화권에서 임신과 출산의 부담을 안고도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살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로도 꼽힌다.

그렇다고 단순히 지금 당장 큰 만족감을 느끼거나 장수하기 위해 이타주의자가 되란 건 아니다. 저자는 “미래는 (결국) 이타주의자의 것”이라고 말한다. 자원보다 정보에 가치를 두는 경제에선 하나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 무리를 지어 협력해야 하지만, 가장 값진 생산재인 지식은 아무리 나눠도 줄어들지 않고 나눌수록 더 유용해진다.

결국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해서 이득을 얻는 시대와 달리 미래엔 자신의 정보를 나누고, 이타심을 발휘하는 사람일수록 성공할 가능성이 커진단 의미다. “그런 세상에서 제 잇속 차리기에 바쁜 사람은 분명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이란 게 책의 진단이다.

<현명한 이타주의자>는 우리의 믿음과 달리 남을 돕고 사는 것이 나를 위해 훨씬 유익하단 진리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다. 그리고 미래의 승자가 되기 위해 과감히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저자는 “남에게 무엇을 받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얼마만큼 주느냐가 인생의 행복을 결정한다”며 “이타적인 사람은 언제나 마지막에 이긴다”고 말한다. “작고 사소한 친절이라도 좋으니, 누군가에게 당신의 친절을 시험해보세요. 돌아오는 것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겁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