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의 핵심…세포를 이용한 약물 전달 기술에 주목해야

입력 2024-09-10 16:01
수정 2024-09-10 16:02

새로운 약물을 개발할 때 우리가 원하는 표적에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기술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일상적으로 우리가 병원에서 처방받는 알약은 저분자 화합물이다. 우리 몸속에 흡수돼 혈관을 통해 순환하다가 질환 부위에서 작용하고 다른 정상적인 부위에서는 독성이 최소화된다. 현재까지 개발된 저분자 화합물 기반의 약물은 다양한 치료 효과를 보이면서 인류의 삶을 증진하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저분자 화합물로 만든 약이 효능을 보이지 못하는 질환도 상당하며 부작용 우려는 늘 있었다.

바이오 분야에서 전달 기술이란 저분자 화합물, 유전자, 펩타이드, 단백질 그리고 세포를 표적 생체 조직 또는 세포에 전달하는 기술 등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저분자 및 생물학적 기반 약물은 전신 순환을 통해 약물이 필요한 곳에 전달되고 생체 내에서 약물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도록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항체, 펩타이드, 유전자 및 세포 치료제와 같은 새로운 개념의 약물이 개발되고, 신규 약물은 표적 특이성 및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신약 개발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약물을 전달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 개발이 시도되고 있다. 특히 종양 및 파킨슨병 등과 같은 질환에서 세포를 활용한 전달 기술이 새로운 약물 전달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포 기반 전달 기술은 세포가 특정 환경에서 표적 부위로 이동하는 생리적인 특성을 이용한 방법이다. 적혈구 및 면역세포를 이용한 전달 기술은 약물을 세포 소기관 및 세포막에 부착해 세포를 약물 수송체로 이용하는 것으로, 항암제 등을 안정적으로 표적에 전달할 수 있다. 또한 세포 자체에서 약물이 생성되는 전략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배준범 고려대 교수팀은 중간엽줄기세포가 종양 내부로 이동하는 특성을 활용한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종양에 도달한 중간엽줄기세포가 T세포를 끌어들이는 특정 약물을 생성하도록 했다. T세포는 암세포를 살해하는 기능의 면역세포다.

또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세포 기반 전달 기술은 박테리아를 활용하고 있다. 특정 암에서 박테리아가 이동하는 특성과 박테리아가 숙주를 감염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미세주사기 시스템을 활용한 기술이 그 예다.

박테리아의 대사 경로를 활용해 종양 환경 특이적으로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은 합성생물학 연구 발달과 더불어 암 치료를 위한 전달 기술로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받는다. 또 박테리아 주사기로 표적 세포에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기술도 단백질 및 펩타이드 기반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전달 방식이다.

이처럼 세포를 이용한 약물 전달 기술은 표적 부위에 세포가 이동하는 특성에 주목해 발전하고 있는 기술로 합성 신약, 항체 그리고 유전자 치료제를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으로 고도화된 세포 제작 기술이 필요한 분야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는 고도화된 약물 전달 기술을 수립하기 위한 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연구 네트워크를 통해 최근에는 백신 및 약물 전달을 위해 박테리아 및 면역 세포를 이용한 전달 기술의 연구개발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앞으로 새로운 전달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가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