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이복현에…주담대 대책 9번 쏟아낸 은행들

입력 2024-09-05 17:46
수정 2024-09-06 02:16
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신용대출 한도 축소에 나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이 지난달 25일 “대출 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며 은행권의 금리 인상을 비판한 이후 5대 시중은행이 내놓은 유주택자 주담대 제한과 대출 한도 축소 대책만 아홉 차례에 달한다. 1주택자 주담대·전세자금대출 규제에 따른 ‘대출절벽’ 우려 속에 실수요자의 혼란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은행은 오는 9일부터 신규 신용대출 가능 한도를 대출자의 연소득 이내로 제한한다고 5일 발표했다. 주담대 등 주택 관련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신용대출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 효과’를 차단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국민은행은 일반적으로 연소득의 120~130% 수준까지 내주던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 아울러 다른 은행에서 빌린 신용대출도 한도에 포함하기로 했다. 예컨대 다른 신용대출이 없는 연봉 1억원 직장인은 국민은행에서 최대 1억원까지 신용대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다른 은행에서 3000만원 신용대출을 이미 받았다면 추가 신용대출은 최대 7000만원까지만 내주는 식이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통장자동대출(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1억~1억5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축소했는데 이를 신용대출 전반으로 확대한 것이다. 부동산으로 흘러갈 수 있는 돈줄을 묶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민은행은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서 주택을 추가로 사들이려는 1주택자에게 주담대를 내주지 않기로 했다. 우리은행과 카카오뱅크, 삼성생명은 앞서 1주택자 주담대 취급을 중단했다. 다만 이사, 갈아타기 등 실수요자의 기존 보유 주택 처분조건부 주담대는 허용한다. 1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돈줄 죄기가 실수요자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을 감안한 조치다. 이 원장은 지난 4일 “정상적인 주택 거래의 대출 실수요까지 제약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은행권은 이 원장의 갈팡질팡 행보에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이 원장은 올 7월 “성급한 금리 인하 기대가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이후 은행들은 한 달 새 20번 넘게 대출금리 인상에 나섰다. 하지만 금리 인상이 실수요자의 이자 부담만 늘린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 원장은 비가격 대책을 주문했다. 그러자 은행들은 주담대 최장 만기 30년 축소와 1주택자 주담대·전세대출 중단 등을 쏟아냈다. 이 기간 국민(3회) 신한(2회) 우리(2회) 하나(1회) 농협(1회) 등 5대 은행이 내놓은 대출 제한·축소 대책만 아홉 차례에 이른다.

은행들의 대출 정책도 제각각이어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 매입)를 막겠다며 제한한 조건부 전세대출을 놓고는 은행마다 취급 여부가 달라 실수요자는 은행을 찾아다니며 발품을 팔고 있다.

금감원이 6일 17개 시중·인터넷·지방은행 여신 담당 임원들과 여는 ‘가계부채 관리 실무협의회’에서도 이 원장이 강조한 실수요자 보호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김보형/정의진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