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 22일 14:2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사모펀드 운용사의 품에 안긴 SK렌터카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하고 있다. 든든한 ‘뒷배’인 SK그룹의 지원 가능성이 사라졌다는 판단에서다. 신용도 강등 위기에 처한 SK렌터카는 줄줄이 돌아오는 만기 회사채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데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신용평가는 SK렌터카의 장기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 단계 내렸다고 22일 발표했다. 단기 신용등급은 ‘A2+’에서 ‘A2’로 하향 조정했다. 앞서 나이스신용평가도 지난 21일 SK렌터카의 장·단기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A2+’에서 ‘A2’로 내렸다.
SK그룹의 지원 가능성이 사라진 게 신용도 하향의 배경이다.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는 지난 4월 SK렌터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후 실사를 거쳐 기존 최대주주였던 SK네트웍스와 SK렌터카 지분 100%를 820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 20일 모든 절차를 마무리했다.
SK렌터카가 기존 신용등급인 ‘A+’를 유지한 데는 SK그룹 계열사라는 점이 고려됐다. 유사시 SK 계열로부터의 지원 가능성을 고려한 상향 조정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모펀드 인수가 확정되면서 신용도 하향 조정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국내 렌터카 사업의 성장률이 둔화한 것도 신용도 강등의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6월 말 기준 SK렌터카는 시장점유율 2위(15.9%)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SK렌터카의 차입 부담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SK렌터카는 매년 회사채 시장을 찾는 단골손님으로 꼽힌다. 올해 들어서도 1월 공모채 3000억원, 7월 사모채 800억원을 찍었다.
채권 발행 의존도가 높은 만큼 만기 도래 회사채 물량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지난 6월 기준 SK렌터카가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회사채는 5100억원에 달한다. 전체 미상환 회사채 잔액 중 절반이 넘는 수치다. 하지만 회사채 상환을 위한 현금성 자산은 넉넉하지 않다. 지난 6월 기준 SK렌터카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807억원 수준에 그쳤다.
사모펀드를 새 주인으로 맞이하면서 회사채 시장에서 선호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통상 최대주주가 대기업 그룹에서 사모펀드로 바뀌면 채권 시장 투자자들이 매수를 꺼리는 편이다. 사모펀드의 특성상 인수회사에 대한 지원 여부 결정이 경제적·전략적 판단에 따라 변동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서 회사채 발행에 따른 이자 비용이 더 늘어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윤기현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국내 렌터카 시장이 성숙기 진입하면서 중장기적인 성장률 둔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시장 내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며 “지배구조가 변경된 이후 조기 조직 안정화를 통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렌터카 측은 "현재 보유한 현금성자산과 월평균 300억원 이상의 현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만기 도래 채무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