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없앤다지만…'재초환' 혼란 계속

입력 2024-08-20 17:20
수정 2024-08-28 15:45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가 반포동 반포현대(반포센트레빌아스테리움)와 방배동 신성빌라(방배센트레빌인더포레), 도곡동 역삼아트빌라(도곡월드메르디앙로즈하임)에 재건축초과이익 부담금 부과를 준비하고 있다. 반포현대재건축조합은 “문재인 정부 시기 집값 상승률이 낮게 조작돼 부담금이 과도하게 책정됐다”며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정부가 재건축 부담금 폐지 방침을 밝힌 가운데 서울에서 30여 개 아파트 단지가 부과 대상으로 분류돼 현장의 혼란이 확산할 조짐이다.

강남·서초구, 3개 단지에 부과 준비20일 업계에 따르면 신성빌라재건축조합은 공사비와 사업비 변동 내역 등 부담금 산정 기초자료를 보완해 곧 서초구에 제출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준공한 방배센트레빌인더포레는 지하 2층~지상 6층, 5개 동, 90가구 규모다. 임순휘 조합장은 “주택가액 표준으로 삼을 만한 수치를 어떤 기준으로 잡느냐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며 “그간 공사비 추가와 세금에 더해 몇억원을 내라고 하니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서초구는 앞서 반포현대재건축조합에도 관련 자료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오는 27일이 법에서 정한 재건축 부담금 산정 기한이다. 지난 3월 27일 시행된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개정안은 부과 대상 단지에 준공 5개월 내 부담금(재건축초과이익)을 부과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합에 따르면 가구당 부담금은 약 1억6000만원으로 예상된다. 강남구는 역삼아트빌라를 재건축한 도곡월드메르디앙로즈하임의 재건축 부담금을 산정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강남구 관계자는 “종료 시점 주택가액을 정하는 단계”라며 “지금으로선 이달 말까지 부과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재건축 부담금은 재건축 단지 시세가 주변 아파트보다 얼마나 더 올랐는지 판단해 규모를 정한다. 사업 종료 시점 주택가액에서 개시 시점 주택가격과 정상주택가격상승분(주변 집값 상승률)·개발비용을 더한 금액을 빼서 초과이익을 계산한다. 부담금은 초과이익 구간마다 부과율을 달리해 산출한다. 개정법에서는 부담금이 면제되는 초과이익 기준을 기존 3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높였다. 부담금을 산정하는 기준 시점은 조합설립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조합설립인가 단계로 늦췄다. 정부는 부담금 폐지 ‘엇박자’문제는 정부가 재건축 부담금 폐지 방침을 밝혔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부담금 부과를 준비 중인 가운데 국토교통부는 지난 8일 ‘주택 공급 확대 방안’에서 주택 공급 위축 부작용을 고려해 부담금 폐지를 추진하기로 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6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폐지’ 법률안을 발의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과가 진행 중인 부담금은 현행법에 따라 부과돼야 한다”며 “불합리한 부분이 있으면 국회에서 종합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부담금 규모를 놓고 주민 반발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반포현대재건축조합은 부담금 산정 기준인 정상주택가격상승률이 문재인 정부 시기 집값 통계 조작으로 과소 평가됐다며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고려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이 단지 조합이 설립된 2015년부터 9년간 서초구 정상주택가격상승률은 23.4%다. 이순복 조합장은 “6년간 서초구 아파트 가격이 23.4% 오른 게 말이 되느냐”며 “부과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통계도 잘못됐으니 잠시 중지해 달라고 요청 중”이라고 했다. 현재 감사원은 집값 통계 조작 의혹과 관련해 감사를 하고 있다. 감사 결과에 따라 부담금 산정 기준이 달라질 수 있어 당장 부과되더라도 부담금 규모를 놓고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가 집계한 부과 예상 단지는 성수동 장미아파트와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강남구 도곡개포한신 등 3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