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불확실성 속 돋보이는 인도의 매력

입력 2024-09-02 09:46
수정 2024-09-02 09:47
[마켓] 투자 인사이트




최근 해외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개인투자자의 외화 증권 보유액은 약 175.6조 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22.2%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엔비디아, 테슬라, 애플 등 미국 대형 기술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지속됨에 따라, 해외 투자 금액의 73.6%가 미국으로 향했다. 반면 국내 증시에서는 약 7.4조 원이 순매도됐다. 취약한 기업지배구조와 더불어 저조한 수익성과 성장성이 국내 증시에 대한 매력을 반감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성장이 기대되는 국가에 투자하는 이점은 명확하다. 가파른 경제 성장이 기업 실적 향상을 야기하며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수익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미국 기술주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라면, 인도 주식을 고려해볼 만하다. 인도는 높은 성장을 나타내고 있는 나라이며 이를 통해 매력적인 장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제조업 기반 고성장 ‘주목’

인도 고성장의 핵심 동력은 제조업 발전이다. 서비스업 중심으로 발전해 온 인도 경제는 상대적으로 제조업 기반이 취약하다. 이러한 경제는 고용 창출이 제한적이고 기술 발전이 지체돼 궁극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어렵게 만든다. 이에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2014년 취임 이후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생산 연계 인센티브(PLI)’ 등의 투자 촉진 정책을 지속적으로 내놓으며 인도를 글로벌 제조업 중심지로 발전시키기 위한 이니셔티브를 제시해 왔다.



또한 산업 발전에 필수적 요소인 인프라 구축에도 힘을 싣고 있다. 최근 발표된 모디 정부 3기 첫 확정 예산안에서도 ‘빅시트 바라트(Viksit Bharat: 선진화된 인도)’라는 비전을 내세우며 인프라 투자에 역대 최대 규모인 11조 루피(약 179조 원)를 할당하고 외국 기업의 법인세율을 5%포인트 낮추는 등 추가적인 유인책을 제공했다. 이러한 정책 기조는 모디 총리가 3선에 성공함에 따라 연속성 있게 추진될 것으로 보이며 인도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투자-이익 성장-재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이끌며 인도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다.

인도 국내총생산(GDP)의 약 3분의 2를 기여하고 있는 소비 역시 인도 경제의 성장을 뒷받침하며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 소비의 잠재력은 인구구조에 있다. 인도는 중위 연령이 29.5세로 신흥국 중에서도 젊은 인구가 많은 국가 중 하나이며, 상대적으로 소비 성향이 낮은 노년층 비율이 낮다. 따라서 소득이 늘어나는 만큼 소비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제조업 성장이 고용의 양적·질적 성장을 견인하면서 중산층 이상의 인구가 현재 30%에서 2047년에는 약 60%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산층의 성장은 소득 탄력성이 높은 경기소비재, 프리미엄 제품군, 관광, 여가 산업 등으로 소비를 다변화함으로써 투자자에게 다양한 투자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이처럼 소비 성장과 투자 증대로 인해 인도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2021년 6월 이후 3년 이상 확장세를 유지해 왔으며, 기업 이익 역시 국가 성장 경로와 동행하는 흐름을 나타내 왔다. 또한 이익 성장은 주가 부담을 낮추면서 꾸준히 상승세를 시현해 온 인도 증시를 정당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인도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꾸준히 상향 조정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높은 성장세의 인도에 대한 투자 매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늘어나는 인도 내 적립식 투자 자금

인도의 성장성뿐만 아니라 증시로 향하는 수급도 인도 투자의 매력을 높여주는 요소다. 외인 수급은 경기, 환율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움직이며 변동성을 야기시킨다. 인도 증시를 향하는 외국인간접투자(Foreign Portfolio Investment·FPI)의 경우에도 점차 규모가 증가하고 있으나 시기별로 매우 유동적인 모습을 나타낸다. 하지만 인도의 소득 수준이 향상되고 금융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개인들의 수급을 기반으로 한 뮤추얼 펀드가 인도 증시를 이끄는 새로운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적립식 투자(Systematic Investment Plan·SIP)로 대변되는 내부적인 수급은 지난 수년간 매월 순유입을 기록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며, 올 상반기 기준 순유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41% 증가한 2090.4억 루피(약 3.5조 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국인 수급의 영향력이 큰 신흥국 증시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개인 투자자 기반의 적립식 투자 유입은 대외 불확실성에 따른 변동성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특히 적립식 투자가 인도 중산층의 주요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인도 경제 성장에 따라 주식 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은 점차 그 규모를 키워 나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가장 큰 수혜를 인도가 받고 있다는 점도 인도 증시로의 자금 유입을 촉진할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의 자국 중심적인 정책 기조와 근로자 임금 상승은 글로벌 제조 업체들에 공급망 다각화의 필요성을 부각시켰고, 미·중 무역전쟁은 이를 심화시켰다. 인도의 실질임금은 월 404달러 수준으로 중국(1526달러)과 베트남(753달러)보다 저렴한 반면,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고급 인력이 풍부하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이러한 이유로 아마존, 구글, 어도비 같은 빅테크 기업은 물론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우리나라의 대표 기업들도 인도에 직접투자를 결정했다.

나아가 인도는 지리적 이점을 기반으로 쿼드(QUAD: 미국·인도·일본·호주 협의체),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IPEF) 등 미국 주도의 동맹 체제에서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다가오는 미 대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급망 관련 노이즈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투자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급망 재편은 신흥 시장 증시로 향하는 자금 흐름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 'iShares MSCI China ETF'의 총자산이 2021년 말 58.5억 달러에서 올해 7월 말 45억 달러로 23% 감소한 반면 'iShares MSCI EM ex China ETF'의 총자산은 같은 기간 동안 21억 달러에서 150억 달러 규모로 7배 이상 증가하면서 빠르게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MSCI EM ex China Index'에서 인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27%로 가장 높기 때문에 공급망 재편은 인도 증시를 지탱해 나갈 또 다른 중심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낮은 환율 변동성…결핍이 성장 동력

한편 신흥국 투자에 있어 중요한 리스크 중 하나는 환율이다. 변동성이 낮은 통화는 투자자에게 상대적으로 더 나은 예측 가능성과 더 높은 위험 조정 수익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투자 대상국의 환 변동성은 중요하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인도는 브라질, 터키 등과 함께 환율 변동성에 취약한 5개국(fragile five)에 포함됐다. 하지만 높은 경제성장률과 모디 정권의 지속적인 투자 활성화 정책이 외국인 투자자들을 유인하면서 인도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외환 보유국으로 성장했다.

인도 정부는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국채 보유 한도를 전체 발행량의 6% 수준으로 제한하는 등 금융 시장 안정성 유지를 위한 엄격한 자본 유입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인도로 유입되는 자금들이 장기 투자되는 콜드 머니 성향을 가지고 있는 점도 루피화 환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 결과로 인도 루피는 최근 2년여간 주요 신흥국 통화보다 낮은 환율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결핍은 성장의 동력이다. 인도를 대표하는 기업 인포시스의 공동 창업자이자 아다하르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끈 난단 니레카니는 “20년 전 인도의 정치 슬로건은 로티(음식), 카프다(옷), 마칸(집)이었지만, 현재의 정치 구호는 비질리(전기), 사락(도로), 파니(물)로 바뀌었다”며 충분한 일자리와 인프라가 구축된다면 인도는 더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발전 기반이 부족한 인도는 결핍을 채우기 위한 민간의 혁신과 정부의 이니셔티브를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글로벌 경제에서 중요한 도약을 이루고 있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한국,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의 중국의 경우처럼 후발 국가의 빠른 성장은 투자자에게 기회를 제공해 왔다.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인도가 보유한 독특한 매력을 깊게 살펴보고 투자에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조석민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