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액면분할 절차를 마친 기업 중 주가 부양에 성공한 경우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 주식 수를 늘리는 액면분할은 주식 시장에서 전통적인 주주환원책 중 하나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증시 폭락세 이후 상장사들의 주가 민감도가 커지며, 수익성이 악화한 기업을 중심으로 효력이 떨어지는 모습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주식분할 결정을 공시한 기업 중에서 액면분할 신주 상장이 끝난 상장사는 12개다. 이들 종목 중 주가가 오른 곳은 한 곳도 없다. 주가 평균 하락률은 25.46%를 기록했다. 2차전지 업체 이수스페셜티케미컬(-54.05%), 목재 제조사 동화기업(-43.29%), 배터리 폭발 방지 부품업체 신흥에스이씨(-35.59%) 등의 주가가 크게 내렸다. 주식 분할 절차를 밟고 있는 나머지 6개 업체도 전자부품 업체 소니드(-58.16%), 미용기기·화장품 기업 에이피알(-20.49%) 등 대부분 종목의 주가가 하락했다.
액면분할은 기존 주식의 액면가격을 일정 비율로 쪼개는 행위다. 예를 들어 1 대 10로 분할을 결정했다면 주당 액면가는 1000원에서 100원으로 줄어든다. 낮아진 가격에 따라 주식 수는 늘어난다. 이 같은 주당 가격 하락과 유통 주식 수 증가는 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어 호재로 받아들여져 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 이런 시장 통념이 깨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실적이 악화한 경우 주식을 쪼개도 주가가 힘을 받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올해 액면분할 완료 기업 중 주가가 가장 많이 내려간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은 지난 1분기 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미용기기 업체 에이피알은 지난달 31일 2분기 실적 발표와 액면분할을 함께 발표했지만, 주가는 되레 12.26% 하락하기도 했다.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다.
여기에 액면분할 목적을 ‘유통 주식 수 확대’라 기재하고는, 얼마 뒤 주식 수를 줄이는 업체까지 나타나면서 투자자 신뢰를 깎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5월 주식 분할을 공시한 소니드는 지난달 15일 10대 1 무상감자를 선언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면 전환사채(CB)의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관련 작업이 수월해지지만, 소액주주 피해는 커질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실적이 받쳐주지 않는 상장사의 액면분할에 대해선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며 “종종 CB 투자자에게 유리한 환경 조성을 위해 주식 분할과 감자를 의도적으로 병행하는 업체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