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간 3.6조 찍은 한전채…11조 만기 도래 '물량 폭탄' 우려

입력 2024-08-08 11:46
이 기사는 08월 08일 11:4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국전력 채권(한전채)이 하반기 회사채 시장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채권 발행을 재개한 지 두 달 만에 3조6000억원가량의 한전채를 시장에 쏟아내고 있어서다. 신용등급 AAA급 최우량 채권이 회사채 수요를 빨아들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5일 2년물 400억원, 3년물 300억원 등 총 700억원어치 한전채를 찍었다. 한전은 지난 6월부터 채권 발행 작업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한전은 지난해 9월 이후 한동안 채권 시장을 찾지 않았다.

만기 도래 물량 등을 고려해 채권 발행을 재개했다. 지난 6월부터 이날까지 발행된 한전채는 총 3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6월 1조원 △7월 1조9000억원을 찍는 등 갈수록 발행 규모가 커지고 있다.

한전채 물량은 하반기 내내 쏟아질 전망이다. 오는 12월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한전채 규모는 11조3000억원 수준이다.

최근 시중 금리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조달 부담이 다소 줄어든 것은 호재다. 한전은 지난 5일 2년물과 3년물 한전채를 각각 연 3.175%, 연 3.150%에 발행했다. 지난 6월 2년물과 3년물 각각 연 3.470%, 연 3.467%에 찍은 것과 비교하면 0.3%포인트가량 금리가 떨어졌다.

5년물 한전채가 다시 등장한 것도 관심을 끈다. 지난달 31일 5년물 한전채 200억원을 발행했다. 5년물 발행에 나선 건 지난 2022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한전 실적 개선 기대감 등으로 장기물 투자수요가 접수된 것으로 관측된다.

한전채 발행 재개에 대한 우려의 평가도 나온다. 신용등급 AAA급 채권이 일반 기업 투자수요를 빨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화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전채가 투자수요를 흡수하면서 민간 채권에 대한 투자수요를 구축하고 있다”며 “한전채 등 특수채 발행에 대한 실효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한전채 발행 속도가 2022년 레고랜드 사태 당시처럼 급증하진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한전이 지난해 3분기 이후 3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을 내는 등 실적이 개선되고 있어서다. 연료 가격 하락으로 전력 구입비가 감소한 효과로 풀이된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한전채 발행 기조가 이어지겠지만 그 규모는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