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전 MS 때처럼…구글 '기업 분할'까지 거론

입력 2024-08-06 17:48
수정 2024-08-14 15:58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엔진 업체 구글이 ‘독점 기업’으로 낙인찍히며 실리콘밸리가 긴장감에 휩싸였다. 미국 법원이 빅테크에 규제의 칼날을 들이댄 것은 21세기 들어 처음이다. 1심 판결이 최종심까지 유지되면 기업 분할 명령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구글, 반독점 칼날에 쪼개지나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법원은 구글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한 미국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287쪽 분량의 판결문에는 구글이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일부 검색 광고 가격을 부풀렸다는 점이 적시됐다. 아미트 메흐타 연방법원 판사는 “무제한적인 가격 인상이 구글의 극적인 매출 증가를 촉진했고 구글이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유지하도록 해줬다”고 설명했다.

재판 과정에서 경쟁 업체들이 구글의 독점적 지위에 우려를 쏟아내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는 “인터넷을 오픈 웹이라고 부르지만 사실상 ‘구글 웹’밖에 없다”며 “구글이 검색시장 지배력을 차세대 인공지능(AI) 기반 도구로 확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증언했다.

이번 판결에선 구글의 독점적 행위를 막는 방법이 언급되지 않았다. 메흐타 판사는 다음달 청문회 등을 거친 후 독점 해소 방식과 관련한 별도의 재판 시기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재판에서 판사는 구글이 검색 사업 운영 방식을 변경하거나 사업 자체를 매각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기업 분할 명령이 내려지면 1984년 통신사 AT&T 해체 이후 미국 기업 중 가장 큰 규모의 강제 해체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판결의 여파로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주가는 이날 뉴욕증시에서 전장보다 4.61% 하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전철 밟나구글은 항소 의사를 밝혔다. 통상 2심 항소법원 판결까지 1년이, 3심 연방 대법원 판결까지는 추가로 1년가량이 더 소요된다. 1심 판결이 최종심까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소송이 1998년 MS의 반독점 위반 소송과 비슷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정부는 당시 인터넷 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운영체제(OS) ‘윈도’에 적용해 판매하던 MS를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했다. 당시 1심은 MS에 두 개의 별도 법인으로 분할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은 MS에 공정한 경쟁을 보장할 조치를 명령하며 1심 판결을 뒤집었지만 소송 과정에서 빌 게이츠 회장이 CEO직에서 물러나는 등 내상을 피하지는 못했다.

이번 판결의 불똥은 다른 빅테크에도 튈 전망이다. 이날 판결 직후 백악관은 “이번 친(親)경쟁적 판결은 미국 국민을 위한 승리”라고 밝혔다. 메릭 갈런드 미국 법무장관은 “아무리 규모와 영향력이 크더라도 법 위에 있는 기업은 없다”며 “법무부는 앞으로도 반독점법을 강력하게 집행할 것”이라며 다른 소송도 밀어붙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법무부는 지난 2월 5년간의 조사 끝에 애플이 수년간 의도적으로 경쟁자를 배제하는 전략으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불법적인 독점권’을 유지했다며 뉴저지법원에 제소했다. 법무부와 함께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조사할 권한이 있는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해 9월 아마존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했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