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채권자 날벼락…큐텐도 보유지분 소각 유력

입력 2024-07-30 17:52
수정 2024-07-31 09:38
이 기사는 07월 30일 17:5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티메프(티몬 위메프)' 채권자들이 '초비상'에 걸렸다. 빌려준 돈을 적잖게 돌려받지 못할 전망이다.주요 채권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회생자구안 협의에 나설 전망이다. 출자전환 과정에서 회사의 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새 인수자를 찾는 작업을 주도할 수도 있다. 큐텐그룹 등 기존 주주들의 지분은 감자(주식 소각)될 가능성이 크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구영배 큐텐 대표는 티메프가 현금이 꼬이기 시작하자 올초 자신의 큐텐그룹 지분을 담보로 금융권에 대출을 타진했다. 주식담보대출 작업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회사가 회생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생절차로 티메프에 입점한 판매자들은 판매대금을 당장은 돌려받을 수 없게 됐다. 재산보전조치에 따라 모든 금융채권과 상거래채권이 동결된 결과다. 티메프 대주주인 큐텐은 이번 회생절차로 자금 압박을 덜어냈다. 일각에서는 큐텐이 핵심 계열사인 큐익스프레스로 부실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티메프를 '꼬리 자르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내놨다. 큐텐은 큐익스프레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다.

향후 채권단과 주주들이 각각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고 투표를 거치며 보완하는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최종적인 자구안 합의에 도달하기까지 6개월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생계획안은 회생법상 '담보채권자의 4분의 3 이상' 및 '무담보채권자 3분의 2 이상' '상거래채권자의 2분의 1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티메프의 채권자로는 PSA와 영국계 자산운용사 ICG, IMM인베스트먼트 등이 있다. PSA와 ICG는 2021년 티몬에 1600억원 규모로 발행된 교환사채(EB)를 인수했고 IMM인베는 큐텐과 합병하는 과정에서 위메프 지분을 매각하고 대부분을 채권으로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채권단 동의를 끌어내지 못하거나 법원이 티메프를 계속기업으로서의 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더 높다 판단하면 파산하는 결말을 맞이할 수도 있다. 하지만 파산 절차를 밟으면 채권단·주주가 손에 쥐는 현금이 거의 없을 수 있다. 법원이 총재산을 현금화해 채권자들의 우선순위와 채권액에 따라 배분하는 과정에서 티메프의 순자산가치를 미미하게 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구영배 대표는 이날 기업회생과 함께 채권단과 자율 협약으로 인수자를 찾는 절차인 ARS(회생절차 개시여부 보류신청)를 신청했다. 29일엔 입장문을 통해 "펀딩과 인수합병(M&A), 사재 출연을 진행하겠다. 제 재산의 대부분인 큐텐 지분 전체를 매각하거나 담보로 활용해 사태를 수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 대표가 밝힌 수습책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티메프가 회생절차에 들어간 만큼 큐텐 기업가치가 큰 폭 쪼그라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평판이 실추된 구 대표와 큐텐에 투자할 곳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회생법원과 채권단이 구 대표를 축출하고 티메프 회생작업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큐텐이 보유한 티메프 지분을 전량 감자한 뒤에 채권자들이 보유한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출자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그 뒤에 채권단과 회생법원이 신규 투자자 유치나 매각 작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티메프 매각을 조건으로 큐텐 주주로 합류한 앵커에쿼티파트너스와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은 손실이 확정시된다.

한 관계자는 "채권단이 파산 대신 조금이라도 회수가 가능한 회생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출자전환으로 회사 매각에 협조하는 대신 대주주 사재출연으로 부채 중 일부라도 해결하는 의지를 보일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상거래채권자들을 설득하는 일도 험로일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이들은 당장이라도 현금을 손에 쥐고 티메프를 벗어나려 할 가능성이 큰데, 변제받을 수 있는 현금비율을 높이거나 최소한 1~3년 내로 갚겠다는 등 조건을 붙여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