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책] ESG 핵심 쟁점의 맥을 짚다

입력 2024-08-06 06:00
수정 2024-08-06 14:24
[한경ESG] 나우 ? 이달의 책



ESG 도전과 응전
홍상범 지음 | 법률신문사 | 2만4300원


혜성같이 등장한 ESG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등장 속도만큼 빨리 소멸되는 것은 아닌지 주변에서 의구심을 품는 사람이 많다. 이 책에서는 ESG가 긴 역사적 흐름 속에서 발생했기에 유행처럼 쉽게 소멸되지 않을 것이라고 규정한다.

ESG는 유행처럼 사라지는 휘발성 높은 성질의 것이 아니다. 유행이 생기고 소멸하는 것은 소비자의 감성적 본능에 기인하지만, ESG는 생각보다 긴 역사적 흐름 속에서 발생했다. ESG는 기후 위기와 일체화되면서 당위적 성격으로 변모했고, 기후 위기가 지속되는 한 ESG의 생명력은 유지될 수밖에 없다.

저자는 ESG가 자본주의 위기에서 소방수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각국은 ESG를 헤게모니 쟁탈 수단으로 법제화하는 것에 주력하고, 기업들은 ESG를 마케팅하면서 후발 주자들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 시장 개편도 ESG가 하나의 명분으로 자리 잡게될 전망이다. 글로벌 국가들은 ESG를 통해 통상 전쟁에서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저자는 글로벌 전자 기업 해외법무팀에서 14년간 미국 변호사로 일하면서 현장에서 맞닥뜨린 ESG의 방대한 주제를 좀 더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핵심 쟁점에 대해서도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기술하고자 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ESG 책과는 완전히 결이 다르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전 세계 메가트렌드가 된 ESG에 대해 ‘Must ESG’ 관점에서 주로 당위론만 논의돼왔다. ESG 시대가 도래했고, 규범화됐으니 기업들로서는 당연히 해야만하는 과제로 인식됐고, 외국 기업의 베스트 ESG를 벤치마킹하는 것이 필수라는 인식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Must ESG’ 시각에서는 ESG의 본질과 실체에 접근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책을 집필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ESG라는 큰 가치를 구현하려면 왜 ESG인가’, ‘ESG의 문제와 어려움은 무엇인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허심탄회한 논의가 필수라는 전제 아래 그 실체에 접근하고자 했다. 그래야 ESG의 현실적 대안을 찾을 수 있고, 진정한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따라서 ‘Must ESG’에 피로감을 느끼는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ESG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전 세계 삼라만상을 다루고 중구난방 흩어진 ESG 주제를 알기 쉽게 정리했기 때문이다. ‘기후와 ESG’, ‘탄소와 ESG’, ‘재생에너지와 ESG’, ‘자본과 ESG’, ‘공급망과 ESG’, ‘거버넌스와 ESG’ 등 다양한 주제가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다.

중요한 핵심 쟁점도 빠짐없이 다뤘다. ‘기후 위기와 지구온난화에 따른 ESG의 변화’, ‘탄소중립과 온실가스, 재생에너지, RE100과 관련한 ESG의 쟁점’, ‘ESG를 고려해 투자를 결정하는 ESG 투자의 종류’, ‘기업지배구조와 ESG의 관계’, ‘글로벌 공급망이 ESG에 미치는 영향’ 등이다. 이해하기 쉽게 여러 사례와 비유, 역사적 배경과 문제점 그리고 최신 동향 등을 중심으로 서술한 점도 이 책의 특징이다.

그렇다면 저자가 내린 ESG의 결론은 무엇인가. 저자는 ESG는 기존에 여러 곳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논의해오던 경영활동을 ESG라는 하나의 커다란 접시에 모아 ‘지속가능 렌즈’를 끼고 보는 것으로 정의한다. 그리고 이런 관점에서 ESG를 보고 들으면 전체적 맥을 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