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새 후보로 낙점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선거를 불과 100일 앞둔 시점에서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줌 콜' 공략법을 들고 나왔다. 선거 자금 모금을 비롯해 자원봉사자 교육 등에서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병행하되, 온라인에 크게 방점을 찍는 방식을 택했다. 현장을 일일이 찾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지지율을 높이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28일(현지시간) 악시오스에 따르면 미국 민주당은 최근 잇달아 정체성이나 지역 등에 기반한 각종 모임을 화상채팅 앱 줌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 25일 저녁 '백인 여성들이여 응답하라'는 줌 세션에는 20만명이 모였다. 이 세션에서 모금된 돈은 850만달러(약 117억원)에 달한다. '흑인 여성' '흑인 남성' 'OO 지역 거주자' 등 다양한 명목으로 진행되는 이런 온라인 행사는 민주당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잡았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27일 저녁 열린 'Z세대 서밋'에 화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29일에는 '해리스를 지지하는 백인남성 줌 콜'이 열린다.
민주당은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교육 세션도 대부분 줌으로 진행하고 있다. 기자가 공화당과 민주당의 자원봉사자 교육에 각각 참여해 본 결과, 양측의 분위기는 확연히 달랐다. 민주당 교육에선 '힐빌리의 노래'로 유명한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 J D 밴스가 해리스 부통령을 겨냥해 자식 없는 여성들을 '캣 레이디(고양이 키우는 여성)'라고 비아냥댄 것에 발끈한 여성들의 참여도가 특히 높았다.
민주당은 '디스코드' 포럼을 지지자들이 커뮤니티로 활용하고, '리치(Reach)' 앱을 이용해 자원봉사자들이 선거운동을 벌이도록 독려하고 있다. 디스코드 포럼이나 슬랙 등 민주당 지지자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는 상대적으로 정보기술(IT)을 잘 활용하는 이들에게 익숙한 포맷이다.
이런 민주당의 접근방식은 전통적인 선거운동에 좀 더 기울어 있는 공화당과는 차이가 있다. 공화당 역시 온라인으로 선거운동 자료를 배포하고 선거운동에 활용하기 위한 앱(사이드킥)을 배포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여전히 공화당 지역위원회를 중심으로 특정 장소에 모여 오프라인 활동을 하는 것을 중시하는 편이다.
고령자와 상대적으로 IT에 익숙하지 않은 인구집단을 주요 지지층으로 삼고 있는 영향이 크다. 이들에게는 주요 지지층이 사이드킥 앱을 쓰게 하는 것부터가 그리 간단하지 않은 문제다. 공화당 교육에서 사이드킥을 쓰도록 요청하자 옆에 있던 중년 여성은 기자에게 어떻게 앱스토어를 휴대폰에서 찾을 수 있는지 물어봤다.
민주당 역시 '집토끼'인 젊은 층, 여성, IT 종사자들만을 대상으로 선거운동을 한다면 확장성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온라인에 집중하는 첫 번째 이유는 시간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차기 대선후보에서 사퇴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의 격차는 2%포인트 안팎으로 해 볼 만한 수준까지 좁혀졌다. 남은 100일 동안 그간 민주당을 짓눌러 온 '트럼프 대세론'을 꺾고 최대한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의 투표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온라인 화력집중'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민주당 안팎의 판단이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이 후보로 나선 이후 추가로 선거운동을 자청하고 나선 자원봉사자의 수는 17만명에 달한다고 민주당은 밝혔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