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효자' 된 솔리다임…기업용 SSD 앞세워 12분기만에 흑자전환

입력 2024-07-25 18:02
수정 2024-07-26 01:59
‘제2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서버용 대용량 데이터 저장장치인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를 지칭하는 수식어다. eSSD는 저전력 낸드플래시로 만들기 때문에 자기장 디스크를 활용하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보다 크기가 작고 전력도 적게 쓴다. 빅테크들이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인공지능(AI) 서버의 전력 소비를 줄이기 위해 eSSD 사재기에 나선 이유다.

SK하이닉스 자회사인 미국 솔리다임은 최근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AI 서버용 고용량 eSSD 시장을 장악한 기업이다. SK그룹은 AI 시대에 eSSD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솔리다임을 뉴욕증시에 상장해 투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솔리다임 상장 아이디어를 낸 이는 SK그룹 최고경영진인 것으로 알려졌다. 4년 전 SK하이닉스의 솔리다임 인수가격(약 10조원)과 미국 웨스턴디지털(WDC) 등 낸드플래시 경쟁사의 시가총액(약 32조원) 등을 감안할 때 솔리다임의 현재 기업가치는 20조~30조원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SK가 솔리다임 상장을 추진하는 건 자생력을 갖췄다고 판단해서다. 경쟁력은 제품에서 확인된다. 현재 세계 최대 용량인 60테라바이트(TB) eSSD 생산이 가능한 기업은 솔리다임이 유일하다. 비결은 솔리다임이 중국 다롄 공장에서 생산하는 쿼드러플레벨셀(QLC) 낸드플래시. QLC 낸드는 기본 저장 단위인 셀에 4비트를 저장할 수 있다. 비트 2개를 저장할 수 있는 멀티레벨셀(MLC), 3비트를 저장하는 트리플레벨셀(TLC) 낸드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그래서 구글, 아마존 같은 미국 빅테크는 물론 델 등 서버기업도 솔리다임에 “다른 회사보다 먼저 60TB eSSD를 납품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서버에서 전력 소모가 많은 HDD를 대체하기 위해서다.

eSSD 사업이 커지면서 솔리다임은 올 2분기에 순이익을 올렸다. 2021년 2분기 이후 12분기 만의 흑자 전환이다. 영업이익은 올 1분기에 이어 두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김석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마케팅담당 부사장은 25일 “2분기 eSSD 매출은 전 분기 대비 50% 늘었고 올해 연간 기준으론 작년의 네 배 가까이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은 내년 초 128TB eSSD를 출시할 계획이다. 256TB 제품도 준비 중이다. AI 서버의 효율성이 향상되고, 이는 곧 전력 사용량 감소로 연결된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