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평가의 마법" SK에코, 조단위 SK에어플러스 염가에 가져온 배경은

입력 2024-07-19 15:50
수정 2024-07-22 09:50
이 기사는 07월 19일 15:5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K에코플랜트가 SK㈜로부터 산업가스 계열사인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와 반도체 가공·유통회사인 에센코어를 넘겨받는 거래를 마무리했다. 두 회사 모두 시장에서 조단위 매물로 거론됐던 알짜 회사다. SK에코플랜트 이전 과정에선 기업가치가 절반 수준으로 평가됐다. 현행법 테두리안에서 비상장사를 평가하는 데 활용되는 '상증법(상속증여세법) 평가'를 적용한 결과다.

19일 SK에코플랜트는 이사회를 거쳐 SK㈜가 보유하던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주식 100%와 SK㈜가 지분 100%를 보유한 싱가포르 특수목적법인 S.E.Asia Pte가 거느린 에센코어를 인수받는 거래를 마무리했다. 각각 주식교환과 현물출자 방식을 통해 거래됐다.

우선 SK에코플랜트는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주식 100%를 이전받으면서 신주 1107만6167주를 발행해 지급했다. SK에코플랜트의 주식이 주당 7만3377원으로 책정된 점을 반영하면 전체 기업가치는 8127억원으로 평가됐다. 에센코어는 전체 기업가치가 6700억원으로 평가돼 SK에코플랜트 지분 913만1092주가 SK㈜에 대가로 이전됐다.

IB업계에선 이번 거래가 SK에코플랜트의 '신의 한 수'가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전된 두 회사 모두 그룹 내 캐시카우인 SK하이닉스를 통해 안정적 수익을 장기간 거둘 수 있는 회사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다만 두 회사 모두 비상장사인 탓에 이전 과정에선 미래 현금흐름과 시장가치보다 상증법(상속증여세법)상 순자산·순손익 가치로 기업가치가 평가됐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 회사들의 연간 이익은 수백억원 수준에 그치지만 진짜 가치는 숨겨져왔다. 특히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의 경우 사모펀드(PEF) 업계에서도 일찌감치 이 회사에 '러브콜'을 보냈다. 경쟁사인 에어퍼스트 DIG에어가스(옛 대성산업가스) 등이 그동안 시장에서 활발한 손바뀜이 있었던만큼 최소 조단위의 시가도 형성됐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SK하이닉스 등 그룹의 중추 회사에 초장기계약으로 질소, 산소, 아르곤 등 설비 운영에 필수적인 산업가스를 독점 공급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업종 특성이 반영됐다.

지난 2022년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는 보유 설비 중 일부인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M16공장에 납품하는 산업가스 생산설비를 글로벌 사모펀드(PEF)인 브룩필드에 1조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당시 해당 설비의 매출은 692억원 수준으로 전체 회사 매출에 절반에도 못미쳤지만 브룩필드 외에도 KKR 등 다수의 글로벌PEF들이 경쟁을 벌여 가격이 뛰었다. 2020년 9월 완공을 시작으로 SK하이닉스 공장에 20년간 장기 계약을 체결한 점이 매력 요인으로 꼽혔다.

SK에어플러스는 매각을 완료한 M16 외에도 청주 SK하이닉스의 또다른 설비인 M15 공장, 울산공업단지 내 설비와 영주 공장 등 다수의 대형 설비들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올해 4월부터 M15 공장에 대규모 인프라 추가투자가 집행되기 시작하면서 산업가스 수요도 매 년 크게 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대규모 투자를 계획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과정에서도 산업용가스를 독점 공급할 가능성이 크다.

한 PEF업계 관계자는 "산업용가스 회사인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평가할 땐 현재의 자산규모나 이익은 아무 의미가 없다"라며 "반도체 경기에 따라 장기공급을 통해 우상향하는 회사인만큼 20~30년간의 현금흐름(DCF)과 SK하이닉스의 설비 증가세를 전망해 기업가치를 판단하는 게 가장 합리적인 방식"이라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 입장에선 이번 거래로 '천군만마'를 얻는 효과를 거둔다. SK에코플랜트는 친환경사업부문 외 플랜트사업 부문에서도 SK하이닉스와 SK에너지 등 그룹 주력 계열사들의 대규모 설비를 지으면서 수혜를 봤다. 설비에 인접한 가스공급설비까지 독점 공급하면서 안정적 수익원을 확보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추후 상장(IPO)과정에선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의 기존 장기공급계약 및 확장 가능성을 현금흐름(DCF) 방식으로 바꿔 기업가치산정에 적극 반영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SK에코플랜트가 수혜를 누린 건 비상장사의 가치평가를 규정하고 있는 현행법의 맹점으로도 꼽힌다.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는 이번 거래 과정에서 외부 기관을 통한 적법한 가치산정 절차를 거쳤지만 비상장사인만큼 뚜렷한 규정을 두고있진 않다.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비상장사의 상증법에 따른 평가방법에 따르면 미래 수익가치보단 현재 규모가 크게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의 모회사인 SK㈜ 주주 입장에선 가치평가를 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도 관측된다.

최근 논란이 된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도 다른 자산 없이 밥캣 지분 46%만 보유 중인 두산에너빌리티 신설법인의 주당 가격이 1만221원으로 보유한 밥캣의 주당 가격보다도 낮은 기업가치로 책정돼 논란에 섰다. 비상장사인만큼 시가가 아닌 본질가치가 우선돼야 한다는 논리였다. 시장에선 신설법인이 평가절하되면서 시가로 평가된 두산로보틱스에 유리한 비율로 합병됐다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