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시장의 질서를 확립하고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된다. 오랜 시간 제도권 밖에 있던 가상자산시장이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이용자들로선 투자 '안전판'이 생겼다.
17일 금융위원회는 △예치금·가상자산 보호 △불공정거래행위 조사·처벌 근거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검사·제재권한 등을 담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을 오는 19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간 시장에선 법 제정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2021년 3월 특정금융정보법이 개정되면서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신고제가 도입됐고 '트래블룰' 등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여러 규제장치가 마련됐다. 하지만 자금세탁방지 중심의 규제체계로는 시세조종 등 각종 불공정 거래행위에 적극 대응하기 어렵고 이용자 자산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단 지적이 나왔다.
이에 사안의 중요성과 시급성이 고려돼, 국회에 계류 중이던 가상자산 관련 법률안 19건이 통합·조정을 거쳐 지난해 7월 18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으로 만들어졌다. 이후 1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법이 시행되는 것이다.
법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이용자 예치금은 은행이 안전하게 보관, 관리한다. 가상자산사업자는 이용자에게 예치금 이자 성격의 '예치금이용료'를 줘야 한다. 사업자는 자기 가상자산과 이용자 가상자산을 분리해서 보관해야 하고, 이용자 가상자산과 동종·동량의 가상자산을 실질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규율체계도 도입된다. 가상자산거래소는 이상거래를 상시 감시하고, 불공정거래행위로 의심되면 당국에 통보해야 한다. 이후 당국과 수사기관을 거쳐 불공정거래행위를 했단 사실이 밝혀지면 형사처벌이나 과징금 부과 등을 할 수 있다.
아울러 법 시행 땐 사업자에 대한 당국의 전방위적 관리가 가능해진다. 감독당국은 사업자가 법상 이용자 보호의무를 잘 준수하고 있는지 검사하고, 금융위는 검사 결과에 따라 시정명령, 영업의 전부 또는 일부의 정지, 과태료 부과 등을 제재할 수 있다.
금융위는 "법이 시행되면 가상자산 이용자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기본적인 안전판이 마련될 전망"이라며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가능해진 만큼 질서 확립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도 시행 이후 미비점이 발견된 경우에는 적극 보완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