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랜드마크'의 몰락…'2400억 빚덩이'에 눌린 대구백화점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입력 2024-07-23 12:09
이 기사는 07월 23일 12:0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12시 대백(대구백화점) 앞에서 만나자."

1969년 문을 연 대구백화점은 대구 시민들의 만남의 장소였다. 대구 동성로에 자리 잡은 백화점 건물을 비롯한 부동산과 넉넉한 현금을 보유한 덕분에 증권업계의 대표적 자산주로도 꼽혔다. 이 회사를 차지하기 위한 경영권 분쟁도 잦았다.

하지만 이 백화점은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 '빅3'에 밀려 2021년 결국 문을 닫는다. 적자행진도 이어지면서 그동안 회사가 쌓아 놓은 현금과 자산을 갉아먹고 있다. '무차입 경영'을 이어간 대구백화점의 차입금은 2400억원을 넘어섰다. 오너일가가 매각 작업에도 나섰지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구백화점은 지난주 현대홈쇼핑 지분 3.19%(38만2600주)를 178억원에 매각했다.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주당 4만6628원에 처분했다. 전날 종가(4만9400원)보다 5.61% 낮은 가격이다. 대구백화점은 2001년 5월 현대홈쇼핑 지분 3.19%를 19억원에 매입했다. 23년 만에 매입가의 9배에 처분한 것이다.

현대홈쇼핑 지분을 매각한 것은 회사 자금 사정과 맞물린다. 이 회사는 백화점이 문을 닫으면서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 1분기에 3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163억원, 15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차입금 조달을 늘렸다. 올 3월 말 차입금이 2435억원에 달했다. 만기가 1년 이하인 단기차입금은 1220억원이다. 차입금이 늘면서 올해 지급하는 이자비용만 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적자행진→운영자금용 차입금 조달→이자비용 증가→적자폭 확대'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몰락의 길을 걷는 대구백화점도 과거에는 증권업계의 '알짜 자산주'로 이름을 날렸다. 1969년 출범한 이 백화점은 지방 향토 백화점으로 명성을 얻었다. 연간 200억원의 이익을 올리면서 실적을 쌓았다. 넉넉한 현금 덕분에 '무차입 경영'도 이어갔다. 2011년에는 보유한 순현금(현금에서 차입금을 제외한 금액)이 1200억원을 넘어섰다. 당시 시가총액보다 많았다. 대구백화점 건물도 가치도 부각되던 시점이었다. 금융회사인 CNH캐피탈이 2009년부터 대구백화점 주식을 사들여 2대주주에 올랐다. 구정모 대구백화점 회장 등 오너일가와 2014년부터 경영권 분쟁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가 적자행진을 이어가면서 이 같은 분위기는 달라졌다. 2003년 롯데백화점 대구점, 2011년 현대백화점 대구점, 2016년 대구신세계 등이 줄줄이 문을 연 데다 온라인 쇼핑 바람이 일면서 대구백화점은 경영난을 겪는다. 2017년부터 적자행진을 이어간 끝에 2021년 백화점은 문을 닫았다.

오너일가는 회사 매각을 추진 중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가 보유한 동성로 백화점 부지를 노리는 전략적 투자자(SI)들이 적잖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부지의 장부가치는 1200억원 수준이다. 대구백화점 오너일가는 지난해 차바이오그룹과 회사 매각 논의를 했지만 매각가의 간극을 좁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