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서는' 트럼프 vs '넘어지는' 바이든

입력 2024-07-15 16:39
수정 2024-07-15 16:42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있어 15일(현지시간)은 암살 미수 사건으로 불붙은 대선 승리를 향한 기세를 확고히 할 수 있는 날이다. 미국 공화당은 이날부터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파이서브포럼에서 나흘간의 일정으로 전당대회를 개최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전당대회에서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정식 지명되며,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도 공개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 진영은 궁지에 몰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총격 사건 속에서 움츠러들지 않고 오히려 강인한 모습을 보이며 고령 논란 속에 있는 바이든 대통령과 더욱 극명하게 대비돼서다. 암살 사건을 겪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이전만큼 격렬한 비판을 하기도 어려워졌다. 경합주 위스콘신도 표밭으로
밀워키 전당대회는 11월 대선을 치를 공화당 대통령 후보를 정식 지명하는 자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지난 3월에 후보 확정에 필요한 대의원을 확보했다. 3일차인 오는 17일 부통령 후보의 수락 연설, 18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이 예정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주요 공약도 함께 발표한다.

특히 밀워키가 있는 위스콘신주도 공화당과 민주당의 경합주로 꼽히는 곳인 탓에 이번 공화당 전당대회는 위스콘신주에서도 공화당이 승기를 굳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른 경합주였던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암살 미수 사건이 발생한 뒤 곧바로 위스콘신주에서 전당대회가 열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한 격렬한 지지 열기를 이어갈 수 있어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 또한 암살 미수로 부상을 당한 지 하루만인 14일 오후(현지시간) 밀워키에 도착했다. 그는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어제의 끔찍한 일로 인해 내 위스콘신 방문과 공화당 전당대회 일정을 이틀 연기하려 했으나 나는 ‘총격범’ 또는 암살 용의자가 일정표나 다른 어떤 것을 강제로 바꾸게 할 수는 없다”고 적기도 했다. 중도층 확보에 박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도층 표심을 확보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양극단으로 치달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희생양이 됐다는 동정론을 활용해 중도층 표까지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그는 14일(현지시간) 미 보수 성향 매체 워싱턴이그재미너 인터뷰에서“이것은 나라 전체와, 세계 전체가 함께 뭉칠 기회”라고 말했다. 또한 밀워키에서 말할 예정이었던 기존 연설문에서는 자신의 지지층을 자극할 계획이었으나, 전날 유세장 피격 이후 대선 구도가 완전히 뒤바뀌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역사의 요구에 부합하는 연설이 될 것”이라며 “이는 우리나라를 하나로 모을 기회이며, 나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졌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피격 직후 비밀경호국(SS)이 자신을 무대에서 대피시키던 당시 손을 번쩍 들어 올렸던 것과 관련, “사람들에게 내가 괜찮다(OK)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그리고 미국은 계속 굴러가고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고 우리는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도층 포용을 위해 밀워키 전당대회에서 찬조연설자 명단에 공화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치열하게 경쟁했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를 새롭게 포함하기도 했다. 당황한 민주당
민주당과 바이든 캠프는 선거 전략을 뿌리부터 바꿔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암살 미수 사건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네거티브 공세를 이어가기가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8일 기부자들에게 “트럼프를 과녁 중앙에 둬야 할 때”라고 언급한 것도 이번 총격 사건과 맞물려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 캠프 측은 잠시 정치적인 비판을 내려놓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4일 저녁 대국민 연설에서 “통합은 가장 달성하기 힘든 목표이지만 지금 그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며 지나치게 과열된 정치적 수사를 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거 캠프 측도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를 강조하는 내용의 TV 광고와 지지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발송을 중단했다. 선거운동원들에게 ‘SNS나 공개 석상에서의 어떠한 논평도 삼가라’고도 지시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