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파업에 수술 줄더니…혈액 보유량 '씁쓸한 증가'

입력 2024-07-14 17:45
수정 2024-07-15 00:20
올 상반기 혈액 보유량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 파업 등 의료 공백으로 인해 수술에 쓰이는 혈액 수요가 줄어든 반면 헌혈 건수는 예년 수준을 유지하면서 보유량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평균 혈액 보유량은 4만8636유닛(unit)으로 작년 6월(3만4107유닛) 대비 42.6% 늘었다. 혈액 1유닛은 300∼500mL 용량으로 통상 1회 수혈량을 뜻한다.

상반기 전국 혈액 보유량은 전반적으로 대폭 늘었다. 전국 혈액 보유량은 지난 3월 3만806유닛, 4월 3만132유닛, 5월 3만9242유닛, 6월 4만8636유닛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39.5%, 46.2%, 54.7%, 42.6% 증가했다.

혈액 보유량이 증가하면서 ‘혈액 보유일수’도 늘어났다. 혈액 보유일수는 혈액 보유량을 일평균 소요량으로 나눈 값으로, 적정 보유일수는 5.0일 이상이다. 올해 전국 평균 혈액 보유일수는 3월 6.1일, 4월 5.9일, 5월 7.7일, 6월 9.6일로 작년보다 각각 1.8일, 1.9일, 2.7일, 2.9일 증가했다.

헌혈 건수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3월 헌혈 건수는 20만8723건으로 전년(21만4106건)보다 2.5% 줄었다. 4월에는 21만2131건, 5월 23만79건, 6월 21만7424건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각각 5.4%, 4.3%, 2.8% 소폭 늘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평상시와 다르게 2월 20일 이후로 (의료기관에 대한) 혈액 공급량이 감소하면서 혈액 보유량이 증가했다”며 “의료 공백으로 인해 수술 건수가 줄어든 것을 원인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혈액 보유량은 앞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인구구조 변화로 10~20대 헌혈자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혈의집을 통한 헌혈 건수에서 10~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10년 전까지만 해도 80%에 달했지만, 지난해엔 54%로 내려왔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