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라이릴리, 애브비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염증성 장질환(IBD) 시장에 적극적으로 베팅하면서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IBD 시장은 2032년 61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8일(현지시간) 일라이릴리는 32억 달러(약 4조4000억원)을 투자해 IBD 신약개발사 모픽 홀딩스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모픽 홀딩스는 경구용 IBD 치료제 등 만성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α4β7 인테그린 억제제(MORF-057) 등 IBD 일종인 궤양성 대장염에 대한 임상 2상 2건과 크론병에 대한 임상 1상 2건 등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휴미라, 린버크 등 IBD 시장의 전통 강자인 애브비도 여러 IBD 개발사를 인수하며 후속 찾기에 나섰다. 지난 1일(현지시간) 애브비는 IBD 치료제 개발사 셀시우스테라퓨틱스를 3400억원에 인수했다. 임상 1상을 마친 TERM1 항체 신약 후보물질(CEL383)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브비는 지난달 중국 퓨처젠 바이오파마슈티컬이 개발 중인 IBD 치료제(TL1A 항체·FG-M701)를 최대 2조34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앞서 3우러에도 미국 나스닥 상장사 란도스 바이오파마를 약 2900억원에 인수하며 IBD 파이프라인을 확장했다.
IBD는 장에 만성 염증이 생기는 질병으로 대표적으로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이 있다. 완치가 어려워 평생 약물로 치료해야 하는 난치성 질병이다. 예전에는 서양인에 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알려졌지만 동양인의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국내 환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국내 궤양성 대장염 환자는 2010년 2만8162명에서 2019년 4만6681명으로 10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전 세계적으로 IBD 환자는 49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글로벌 IBD 치료제 시장은 지난해 36조7000억원으로 연평균 5.8%씩 성장해 2032년에는 61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IBD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표적은 TL1A 항체다. 기존 JAK 억제제와 비슷한 효능을 보이면서도 안전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임상 결과가 속속 나오면서다. 미국 머크(MSD)가 14조원에 인수해 화제가 됐던 프로메테우스 바이오사이언스의 TL1A 항체(MK-7240)는 임상 2상 결과에서 다른 치료에 실패한 IBD 환자들을 대상으로도 지속적인 효과를 보인다는 것이 증명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로슈는 화이자와 로이반트가 공동설립한 텔라반트 홀딩스를 9조원에 인수하며 TL1A 항체(RVT-3101) 개발에 나섰다. RVT-3101는 임상 2b상에서 중등도 이상 궤양성 대장염 환자의 36%에서 증상을 완화하는 긍정적인 성과를 냈다.
사노피는 지난해부터 테바와 임상 2b상 단계에 있는 TL1A 항체(TEV-'574)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폴 허드슨 사노피 대표는 "미충족 수요가 높은 염증성 질환에 대해 혁신적인 치료 옵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