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불확실성 시대, 회생절차의 효과적 활용법 [삼일 이슈 프리즘]

입력 2024-07-03 10:35
이 기사는 07월 03일 10:3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인해 한국 경제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시장의 연착륙을 위해 안간힘을 쏟지만, 미국 금리나 지정학적 변수 등 통제 불가능한 요인으로 해법을 쉽게 찾지 못하고 있다.

금융 부문의 불확실성은 기업대출 축소와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기업의 자금 운영이 빠듯해지면서 기업 회생과 파산 건수도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그만큼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도 중요한 시기다. 혹시라도 주요 거래처가 부도로 대금 결제를 못하거나, 금융기관에서 차입금 일부를 상환해 달라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럴 때 최고경영자(CEO)나 CFO는 플랜비를 염두에 두고 있어야 피해를 최소화하고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다.

기업이 재무적으로 어려움에 처할 때, 재무적 구조조정 방법으로 워크아웃과 법원 회생절차가 있다. 여기서는 법원 회생절차에 대해 알아보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다루고자 한다. 유동성 확보하고 적절한 회생전략 가져야 회생절차는 과다한 부채나 상환 기한이 지난 채무로 재정적으로 어려운 기업이 법원의 감독 아래 채권자와 협상해 채무를 감면하거나 상환 일정을 재조정해 재기를 도모하는 절차다. 그렇다면 위기에 빠진 회사가 회생절차를 신청한다고 모두 재기에 성공할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채무자인 회사가 어떤 이유로 위기를 겪는지, 그 위기가 일시적이거나 일회성 위기인지, 사업 구조조정이 가능한지 등 회사 상황에 따라 적절한 회생 전략을 가져야만 재기에 성공할 수 있다.

회생절차를 신청한 후 넘어야 할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법원이 선임한 조사위원이 그 회사의 경제성을 조사한다. 즉시 회사를 청산해 채권자에게 배당하는 가치(청산가치)와 회사를 계속 경영해 채무를 갚을 수 있는 가치(계속기업가치)를 산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조사위원은 회사가 재기하는 것이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유리한지 확인한다. 여러 기업이 이 단계에서 청산 가치가 높거나 사업 계획의 수행가능성이 낮아 재기에 실패한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유동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돈이 없어서 회생절차를 밟는데 돈이 없어 청산이라니 언뜻 보면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회사는 유동성 부족으로 회생 신청을 하지만 회생절차가 시작되면 상거래 채무, 차입금 등 채무는 변제가 중단된다. 즉, 나갈 돈은 종업원 월급 등 당장 회사를 꾸려가기 위한 자금밖에 없다. 반면 회사가 받을 돈은 받을 수 있다. 재고자산을 팔거나, 매출채권이나 대여금을 회수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줄 돈은 늦춰 주고, 받을 돈을 받을 수 있도록 해 회사가 유동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 회생절차의 가장 큰 이점이다. 그런데 이런 기회가 있어도 회생 신청 전에 받을 돈 다 받고, 팔 자산 다 팔아 버린 경우에는 유동성 부족이 생길 수밖에 없다.

둘째, 사업 구조조정 전략의 부재 때문이다. 조사위원은 회사가 흑자를 낼 수 있는 체질로 변화할 수 있는지를 보고 경제성을 판단한다. 회생절차를 밟는 대부분의 회사는 산업 사이클이 성숙 단계나 쇠퇴 단계인 경우가 많으며, 과다 경쟁으로 영업이익율이 낮거나 적자인 경우도 있다. 적자인 회사는 아무리 채무를 탕감해도 재기할 수 없다. 따라서 회생 신청 전에 회사 필수 자산을 희생하더라도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회생절차라는 상황을 활용해 사업 구조조정 전략을 마련한다면 1단계 관문을 통과할 수 있다. 회생절차는 부인권, 계약해지권 등 일반 회사가 하기 어려운 강력한 권리를 회사에 부여해 회생을 지원한다. 신청기업 4분의 3이상 회생 절차 마쳐다음 단계는 회생계획안에 채권의 변제 방법을 마련하고 이에 대해 채권자 동의를 얻는 과정이다. 채권자 동의 기준은 담보권 금액 4분의 3, 회생채권 금액 3분의 2 이상이다.

회생계획안은 청산할 때보다 큰 금액을 변제하는 내용으로 작성돼야 하며(청산가치 보장의 원칙), 채권자 간 공평하게 작성돼야 한다(공평성의 원칙). 또한 변제되지 못한 금액은 채무 탕감이나 출자 전환을 통해 탕감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

회생계획안 동의를 위한 채권자와의 협상은 담보권자의 변제 시기가 문제되는 경우가 많다. 담보권자는 회사를 청산할 때 경매를 통하면 1~2년 내 채권을 회수할 수 있으나 영업이익으로 담보권을 변제할 경우 5년 이상이 소요된다. 이 경우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에서 공장 등 부동산을 판매한 후 리스 방식으로 매입하고 회사는 그 매각 대금으로 담보권을 조기 변제한 뒤, 추후 자금이 확보되면 다시 매입하는 계획을 수립해 담보권자 동의를 받을 수 있다.

서울회생법원의 법인회생 사건 분석결과에 따르면, 회생절차 신청 대비 인가비율은 2017년 65.7%에서 2019년 76%까지 증가했다. 회생신청한 기업 가운데 4분의 3 이상이 재기의 발판인 회생계획안 인가를 받고 회생절차를 종결했다는 뜻이다.

마지막 단계는 인가받은 회생계획안에 따라 채무를 변제하는 것이다. 혹시라도 회생계획안에 쉽게 동의를 받기위해 높은 변제율을 약속했다가 채무 변제를 수행하지 못해 다시 회생절차를 신청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물론 더 많이 변제해야 하는 것이 채무자의 의무이지만 수행 가능성도 고려해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회생절차는 어느 기업이든 겪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실패 없는 성공은 없다.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회생절차를 기억하고 있다면 재기의 방법으로 회생절차를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