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직장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유형의 직원을 봤다. 성실성과 능력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건 훈련으로 좋아질 수 있다. 그런데 잘 바뀌지 않는 게 있다. 일과 사회와 삶의 틀 안에서 자신을 인식하는 태도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의 능력은 어느 정도인가’ ‘나는 지금 어떤 위치인가’ 등에 대한 주관적 자각이자 판단이다. 심리학에서는 그걸 자아개념이라고 부르는데, 그게 지문처럼 사람마다 제각각이라는 내용을 봤다.
자아개념을 지탱하는 바탕은 대체로 자존감, 자존심, 자신감, 자만감, 자부심이라고 한다. 자존감은 자아존중감이다. 자신을 존중하고 아끼고 존재 자체만으로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이다. 외부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 정체성을 확립한 사람이다. 역경이나 상처나 평판에 의연하다.
자존심은 스스로 품위를 지키려는 태도이자 타인이 나를 존중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자존감과 자존심은 자기 긍정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자존감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대한 긍정인 데 비해 자존심은 ‘타인과의 관계나 경쟁’을 중시한다. 그래서 때로 독선적이고 방어적, 공격적 성향을 갖는다고 한다.
자신감은 자신을 믿는 용기다. 뭐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에 대한 주문이다. 역경의 순간에 발휘되면 큰 힘이 된다. 근거가 부족한 자신감이 자만감이다. 시쳇말로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다. 자신을 과대평가해 배려나 예의가 없다. 자부심은 자만감과 비슷하지만 부정적이지 않다. 자신이나 조직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긍지다.
나는 남들 눈에 어떻게 비쳤을까. 자존심을 지키면서 자존감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그 두 가지를 유지한다는 건 참 어려웠다.
경영자의 입장에서 볼 때 가장 믿음이 가는 직원은 인간적으로는 자존감이 있고 조직으로는 자부심이 있는 이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나 자만감이 넘치는 직원은 시작은 창대하나 결과가 좋지 않은 걸 봤다. 자존감이 높은 직원은 자신의 노력에 따라 성취를 이뤄낼 수 있다는 자기 확신을 가진 이들이다. 회사에 위기가 닥쳐도 바로 흔들리지 않는다. 당장 고과가 좋지 않고 승진이 늦어도 받아들일 줄 알고 더 잘하려고 노력한다. 인정받는 것으로 존재 가치를 찾으려 하지 않고, 존재 자체로 자신의 가치를 배양할 줄 안다. 그런 이들이 회사를 지탱한다.
그래서 리더는 구성원의 자존심을 키워주려는 노력보다는 자부심과 자존감을 잃지 않게 해주는 자세와 배려의 태도를 갖는 게 필요한 것 같다. 눈앞의 성과에만 연연하지 않고 사람을 길게 보는 거다. 상대를 귀중하게 여길 때 실제로 그가 귀한 사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