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선거철이다. 선거철을 실감 나게 하는 건 유동 인구가 많은 사거리 현수막이나 곧 나붙을 선거 벽보뿐만이 아니다. 표가 될성 싶으면 일단 질러보는 공약과 “표를 얻고 싶으면 약속하라”는 식의 쏟아지는 요구들이 선거가 임박했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월화수목토토일, 직장인이라면 말만 들어도 설레고 가슴 뛰는 ‘주 4일제’ 공약이 난무하고 있다. 지난 12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22대 총선 정당별 노동·사회정책 비교·평가 토론회’를 열었다.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65세 정년 연장 법제화, 주 4일제 도입 등 한국노총의 핵심 요구사항에 대한 각 당의 입장에 대해 채점하는 자리였다. 답안지를 들여다보면 더불어민주당은 ‘주 4일제 태스크포스(TF) 가동’을 약속했고, 녹색정의당과 새진보연합 등 야권은 주 4일제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선거 앞두고 '주 4일' 공약 난무주 4일제가 선거판에 본격 등판한 것은 20대 대통령선거를 몇 개월 앞둔 2021년 11월이다. 당시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시대정신’이라며 ‘전 국민 주 4일제’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선 가능성이 희박했기에 언론의 관심은 크지 않았지만, 심 후보 공약을 놓고 온라인에선 한동안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고 급기야 지난해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까지 주 4일제 추진을 공언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언젠가는 주 4일제로 가게 되겠지만, 현시점에서는 절대 가서는 안 되는 길이다. 우선 자체적으로 주 4일제를 시행하고 있는 기업(삼성전자, 포스코 등)에서 보듯이 주 4일 근무가 가능한 대상은 노동시장 최상단 근로자들이다. 제도화된다고 해도 양대 노총에 가입해 강력한 노조의 우산 속에 있는 공기업과 대기업 근로자만 혜택을 보게 될 게 명백하다.
노동시장 아랫단에 있는 대다수 근로자, 특히 중소 제조업 하청 근로자와 비정규직 근로자는 줄어든 임금을 보전하기 위해 연장근로를 하거나 그도 여의치 않으면 벌이를 만회할 투잡, 스리잡을 뛰어야 한다. 급증하고 있는 배달 등 플랫폼 종사자는 애초 적용 대상도 아니다. 우리는 이미 지난 정부에서 밀어붙인 주 52시간제가 상위 10% 근로자에게는 ‘저녁이 있는 삶’을 선사했지만, 대다수 근로자는 ‘저녁 사 먹을 돈이 없는 삶’을 강요받았음을 목도했다. 결과적으로 주 4일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즉 가뜩이나 심각한 양극화를 심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상당수 노동계 인사도 주 4일제 주장을 비판하는 이유다. 양극화 심화하는 뇌관 될 것기업 입장에선 또 어떤가. 노동계에서는 주 4일 근로가 도입되면 자연스레 고용을 나누고 신규 채용이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현실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소리다. 기업은 근로시간이 아닌 생산성을 그 대가인 임금을 지불하고 구입한다. 그럼에도 주 4일제 주장 어디에도 생산성 향상에 관한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1주일에 52시간 상한에 꽁꽁 묶여 있는 근로시간제도를 보다 유연하게 적용하려던 정부 정책은 노동계의 주 69시간 프레임에 갇혀 옴짝달싹 못 하고 있다. 주 4일제는 유연한 근로시간 운영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여야지, 그 자체로 근로시간 단축의 수단이 될 수는 없다. 또다시 ‘꿈의 직장’ 근로자들만 웃게 하는, 그리하여 양극화를 더 부추기는 실수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